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여름휴가 후유증 극복하기
온몸이 쑤시는 근육통엔 온찜질
하루 30분~1시간 가벼운 운동도
휴가 마지막 1~2일은 쉬면서 여유시간 가지는 게 좋아
과일·채소 섭취, 피로해소에 도움…일상 복귀 후 2주간 술자리 금지
불면증 시달리면 카페인 줄이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활동해야
[ 이지현 기자 ] 휴가가 끝나면 갑자기 밀려오는 피로와 무기력 등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0% 정도가 휴가 후유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증상은 휴가에 맞춰진 생체리듬이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나타난다.
휴가 후유증의 대표 증상은 식사 후 소화불량이다. 하루종일 멍하고 졸리며 피로감이 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대개 하루 이틀이면 생체 리듬이 돌아오고 1~2주 지나면 완전히 회복된다. 그러나 후유증이 심한 사람은 1주일이 지나도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일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이를 방치하면 만성피로,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름 휴가가 끝난 뒤 겪기 쉬운 휴가 후유증의 증상과 원인,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무리한 활동 등이 원인
휴가기간에 너무 무리하게 활동했거나 평소보다 많은 양의 술과 담배를 했을 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자동차 여행을 하면 휴가 후유증이 심해질 수 있다. 평소에 안 하던 여러 운동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늘면서 장시간 비행 후 척추피로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척추피로증후군은 허리가 굽은 채로 또는 다리를 꼰 상태로 좌석에 앉아있어 척추에 과도한 부담을 줄 때 나타나는 피로현상이다.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자거나, 좁은 공간에서 몸이 비틀린 자세로 있다 보면 평소보다 척추에 많은 압력이 가해지며 피로감이 나타난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장시간 자동차의 좁은 공간에서 움직임 없이 있으면 척추 통증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앉은 상태에서는 상체 무게가 척추에 그대로 실리기 때문에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척추는 몸의 사지를 지탱하는 중심축으로 체중을 지탱하고 힘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척추 구조가 잘못되면 허리와 목을 제대로 가눌 수 없고 사지 근육도 부자연스럽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수상 레포츠도 휴가 후유증의 원인이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쓰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기 쉽다. 자신의 신체 능력을 넘어 무리하다가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2016년 수상 레저 사고 171건을 분석했더니 바나나보트 사고가 15.8%(27건)로 가장 많았다. 블롭점프,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등도 비교적 사고가 많은 수상 레포츠였다. 바나나보트,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달리다가 손목, 발목 등이 삐끗하는 염좌로 고생하기 쉽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통증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급성 염좌는 관절을 사용하지 않고 쉬게 해주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했다.
온찜질, 스트레칭 도움
휴가 후유증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일정을 무리하게 잡지 않는 것이다. 일정이 너무 빡빡하면 생활패턴이 무너지고 생체리듬도 흐트러지기 쉽다. 충분한 휴식시간 없이 휴가 계획을 짜는 것은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일이다. 무리한 활동 뒤 생기는 근육통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특별한 부상이 아니라면 따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 휴가지에서 무리한 활동 후 근육이 뭉쳐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으면 따뜻한 수건 등으로 온찜질하는 것이 좋다. 근육 긴장을 완화하고 통증도 줄일 수 있다.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할 때는 반동을 이용하지 않고 끝까지 관절이나 근육을 늘린 상태에서 10~20초 정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동을 이용한 스트레칭은 근육이나 인대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휴가 후 누워서만 지내면 오히려 근육 피로를 키울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가벼운 운동도 도움이 된다. 산책 걷기 조깅 등을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가볍게 하면 된다. 따로 시간을 내 운동하기 어렵다면 자연스럽게 활동량을 늘리면 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효과를 모두 볼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정도 일찍 내려 걷는 것도 좋다. 다만 무리해 운동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몸이 더 피곤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운동량과 강도는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이 좋다. 강도가 높은 운동을 했을 때는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휴가 일정도 중요하다. 휴가가 끝난 뒤 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것보다 하루 정도 여유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짧은 휴가 기간 때문에 휴가와 업무 복귀 사이에 여유시간을 두기 힘들면 직장에 복귀한 뒤 한 주 정도는 생체리듬을 직장 생활에 적응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규칙적 생활을 해야 한다. 피곤해도 기상 시간을 지키고 저녁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휴가 후 2주간은 술자리를 피해야 한다. 휴가 후유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온몸이 무기력하고 아프면 다른 질병일 가능성이 있다. 병원을 찾아 휴가를 언제 어떻게 다녀왔는지 알리고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불면증엔 공포영화, 카페인 삼가야
휴가 후유증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불면증이 계속되면 집중력 저하, 졸음 등으로 다음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생기거나 각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있다. 짧은 기간 수면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이고 쉽게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사용하면 금단 증상이 생기거나 의존 위험이 있다. 남용이나 의존 위험이 전혀 없는 수면제가 개발된다 해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은 두려움은 없앨 수 없다. 심리적인 의존 상태다. 수면제는 의료진과 상의해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 올바른 수면습관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숙면을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활동해야 한다. 이를 통해 뇌 생체 시계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거나 일찍 잠자리에 들어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하다 보면 불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졸릴 때만 잠을 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이 오지 않는데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 어떻게든 자보려고 하면 불면증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규칙적 운동도 중요하다. 저녁시간에는 흥분을 피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공포 영화는 피하고 명상, 점진적 이완요법 등이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든 커피, 녹차, 홍차, 콜라, 초콜릿 등은 가급적 삼간다. 과식도 피해야 한다. 너무 배가 고파 잠을 이루기 어렵다면 따뜻한 우유 한 잔 등 가벼운 군것질이 도움이 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침실 환경을 조용하고 쾌적하게 해 편한 수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소음, 빛은 최소화하고 얇은 소재의 시원한 잠옷을 입고 얇은 이불로 배를 덮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서동현 부평힘찬병원 원장,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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