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황량한 풍경을 그려온 송창 설치미술가(65)의 개인전 ‘꽃그늘’이 16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송 작가는 파주 연천 포천 철원 등 북한과 가까운 지역의 풍경을 그리고 꽃을 접착제로 붙인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이번 개인전에 나온 39점의 작품 중 절반 가까이가 이렇게 만든 작품이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 있는 ‘꿈’(사진)은 이글거리는 시뻘건 하늘과 하얀 땅 사이를 검은 다리가 가로지르고 거기에 알록달록한 꽃이 붙어 있는 작품이다. 그림 속 풍경은 한국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연천군 군남면 남계리다.
‘수상한 꽃술’, ‘연천발 원산행’에서는 탱크나 급수탑 등 분단과 전쟁을 상징하는 사물을 그린 뒤 그 위에 ‘꽃비’를 덧붙였다. 연천역 인근 급수탑은 과거 증기차들이 북한으로 물자를 실어나를 때 사용된 시설로 당시 군사적 공격을 받은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다.
조형 작품도 있다. ‘꽃그늘’은 나무로 된 포탄 상자 근처에 불발탄과 꽃을 늘어놨다. 송 작가는 “분단의 구조는 결국 죽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사라지고 잊힌 사람들에게 산 자의 기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4일까지.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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