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혜정 기자 ] 가을은 결혼과 이사가 활발한 시즌이다. 집을 새로 꾸미거나 가구를 바꾼다. 이듬해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 방을 재단장할 구상도 한다. 가구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기존 인기상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시기도 이맘때다.
여름이 가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가 지났다. 올가을 집의 변신을 고민한다면 슬슬 준비에 나서보자. 침실과 주방, 거실은 단지 ‘자고 먹고 생활하는’ 공간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국내 톱 가구 브랜드들이 제안하는 가구를 살펴보면 집을 거주와 휴식, 업무와 레저, 소통이 모두 가능한 ‘다기능 공간’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기능성이 높고 안락하면서도 개성이 드러나는 ‘가구 선택’은 필수 조건이다.
‘화이트’ ‘무광’ ‘내추럴’
이소영 한샘 개발실 차장은 “올가을 가구 및 홈 인테리어 트렌드는 여전히 화이트(흰색)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와 그레이 등 무채색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조화가 잘 되는 뉴트럴(중립적인) 혹은 내추럴(자연적인) 색상의 제품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장은 “미국의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회사인 팬톤이 올해의 색으로 선정한 ‘로즈쿼츠(rose quartz·홍수정)’가 악센트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짝이는 재질의 하이그로시 대신 무광택 표면이 인기를 끄는 것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독일 쾰른에서 열린 국제 가구 기자재 전시회 ‘인터줌(Interzum)’에서도 손 지문 등이 묻어나지 않는 무광 소재들이 대거 소개됐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이 전시회에선 각종 가구 소재와 공법, 하드웨어 부품을 볼 수 있다. 다음 번 밀라노 가구 전시회에 출품될 가구 신제품들과도 연결된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신혼부부는 비교적 좁은 집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공간이 깔끔해 보이면서도 넓어 보이는 흰색 위주의 가구를 많이 찾는다”며 “‘알레 침실’(제품명)의 경우 흰색이더라도 무광 소재와 화사한 느낌의 유광(하이글로시) 소재 두 종류의 화이트를 사용해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기능성, 공간활용성, 친환경
한샘은 마치 호텔처럼 고급스럽고 통일감 있는 침실 구성(제품명 ‘유로 501’)을 제안했다. 침대 헤드 상단 조명은 30분 뒤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이 있다. 소파는 블록을 붙였다 떼듯이 필요에 따라 모듈을 합쳐 사용하는 분리형 디자인 소파(‘밀란 301’)가 인기다. 기존 소파보다 30㎝ 짧은 260㎝로 콤팩트한 크기에 ‘이노 패브릭’(인조가죽에 마치 직물처럼 무늬를 입힘)을 적용했다. 2인용이나 4인용 등으로 변신시키기 쉽고 관리가 편하다. 옷장 대신 드레스룸(‘바흐 드레스룸’)을 꾸미고 싶다면 가족 구성원과 생활 패턴에 따라 컬렉션 공간이나 부부 별도로 사용하는 맞춤 드레스룸으로 골라 선택하면 된다.
침대 전문브랜드 에이스침대는 천연소재를 사용하고 유해 물질을 최소화한 침대 매트리스 ‘에이스 헤리츠’를 추천한다. 천연 양모와 말털, 오가닉 코튼(유기농 천연 목화솜) 등을 사용해 숙면의 질을 끌어올리는 고가 제품이다. 전체 소비는 줄이더라도 한두 가지 아이템은 고품질·고가 제품을 선택하는 ‘일점호화(一點豪華)’ 소비 패턴을 가진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 ‘에이스 헤리츠 블랙’ 킹(K)사이즈에는 아홉 마리가 넘는 분량(25.3㎏)의 천연 양모가 들어간다. 천연 양모는 추운 날씨에는 따뜻하고 더운 날씨에는 촉감이 시원하다. 차분한 브라운 색상의 ‘루나토’는 고급스럽고 차분한 신혼 침실을 만들어 준다.
집을 도서관이나 레스토랑처럼
퍼시스는 거실이나 서재를 ‘홈 오피스’나 ‘홈 라이브러리’처럼 꾸밀 수 있게 해 준다. 퍼시스의 ‘티에라(Tierra)’ 시리즈는 내추럴한 색상의 고급 제품이다. 깨끗하고 세련된 밝은 색채를 활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앞가림판과 알루미늄 프레임이 조화를 이룬 책상은 좁은 서재에서도 충분한 작업·수납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멀티탭과 랜포트 등 배선기능이 책상에 내장돼 있어 노트북과 같은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평상형 네모 타입의 모듈형 소파 ‘CS5900’ 시리즈를 티에라와 함께 배치하면 서재나 거실을 더 편안하고 다채롭게 꾸밀 수 있다.
에넥스는 거실 한쪽 벽면을 맞춤형 거실장으로 꾸밀 수 있는 모듈러시리즈의 ‘월플렉스’를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거실장의 크기와 모양을 직접 구성할 수 있어 공간활용성이 뛰어나다. 화분이나 책, 소품 등을 전시하면 카페나 도서관처럼 꾸밀 수도 있다. 에넥스가 내놓은 ‘T’자형 주방가구도 눈길을 끈다. 중앙을 기점으로 부부가 양쪽 공간을 각각 구분해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부부나 가족이 함께 요리하고 먹는 문화를 지향한다. 역시 무광 화이트와 무광 다크그레이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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