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진, 진단 키트 출시 채비
국내 최초…로슈와 승부
[ 김근희 기자 ] 유전자 분자진단 바이오벤처인 파나진이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키트를 이르면 연내에 출시한다. 피나 침만으로 암세포를 진단하는 액체생검 제품을 내놓는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김성기 파나진 대표(사진)는 지난 11일 대전 본사에서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액체생검 제품인 파나뮤타이퍼 키트 판매허가를 받았다”며 “심사 중인 신의료기술평가가 마무리되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액체생검은 피 속 암세포 유전자를 찾아내 진단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인체를 절개해 조직을 채취해야 했다. 액체생검 기술을 이용하면 피나 침 한 방울만 있으면 된다. 김 대표는 “액체생검은 검사 방법이 간단해 암의 진행, 재발 여부, 약제 내성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나진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와 국내 액체생검 시장을 놓고 맞붙는다. 로슈도 파나진과 비슷한 시기에 판매허가를 받고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로슈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암 진단 액체생검 제품 판매 허가를 받았다.
파나진도 연내에 FDA에 파나뮤타이퍼 판매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로슈의 액체생검 제품은 DNA 지표를 사용하지만 파나진 제품은 인공 유전자(PNA) 기반이어서 혈액에 소량으로 있는 암세포 유전자를 더 잘 잡아낸다”며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2001년 설립된 파나진은 유전자 분자진단용 소재와 분자진단 키트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유전자 분자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표지가 필요하다. 기존 업체들은 DNA를 이용해 이런 표지를 만들지만 파나진은 PNA를 사용한다.
김 대표는 “DNA로 만든 표지는 상온 보관이 어렵고 미세한 부분까지 잡아낼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며 “PNA는 유전자와 잘 결합하고 상온에서 2년 이상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나진은 다국적 의료기기업체인 서모피셔사이언티픽, 다국적 분자진단업체 퀴아진 등 20개국 300여 개 기관에 PNA를 공급하고 있다. PNA를 이용해 폐암 대장암 갑상샘암 등의 진단키트도 생산하고 있다. 파나진의 폐암 진단키트는 국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대장암 진단키트 점유율도 80%에 이른다. 파나진은 올해 자궁경부암 진단키트, 피부암 진단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전=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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