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5.91

  • 48.76
  • 1.95%
코스닥

678.19

  • 16.20
  • 2.33%
1/3

'한국 원조' 화장품에 콧대 낮춘 샤넬·아르마니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전세계 여성들 화장법 바꾼 쿠션
토종기술로 만든 첫 글로벌 히트작

10년간 인기…세계시장 1조로 성장
아모레퍼시픽 등 기술·노하우 수출
외국회사 2년 걸릴 신제품 6개월에 내놔



[ 이수빈 기자 ] “이게 뭐냐.”

아모레퍼시픽이 2007년 첫 쿠션 화장품 ‘아이오페 쿠션 선블록’을 허가받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샘플을 제출하자 담당자가 한 말이다. 액상 내용물을 머금은 스펀지를 퍼프로 찍어 바르는 이 제품은 그가 난생 처음 본 화장품이었다. 이 화장품 시장은 압축파운데이션인 투웨이케이크 등 기존 제품을 대체하며 10년 만에 1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6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쿠션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일본 화장품 대기업 시세이도가 운영하는 메이크업브랜드 나스도 이달 쿠션 파운데이션을 내놨다. 오는 9월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쿠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세계 4대 화장품 그룹(시세이도, 로레알, LVMH, 엘카)이 모두 쿠션 시장에 들어왔다.

한국 토종 기술로 개발한 화장품이 세계적 인기를 끈 것은 쿠션 파운데이션이 처음이다. 한국에서 유행한 BB크림이 전 세계로 퍼진 적은 있지만 BB크림은 독일에서 처음 개발한 화장품이었다. 아모레퍼시픽 등 한국 화장품 회사들은 해외에 쿠션 기술과 노하우를 수출하고 있다.


2012년부터 급성장

쿠션 화장품은 2007년 아모레퍼시픽의 한 연구원이 주차장에서 찍어주는 스탬프를 보고 얻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스펀지에 액상 화장품을 흡수시켜 퍼프로 바르면 간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년간 개발을 거쳐 2008년 처음 아이오페 브랜드에서 ‘에어쿠션 선블록’을 내놨다. 선크림을 간편하게 바를 수 있는 제품으로 지금의 쿠션 파운데이션과는 형태가 달랐다. 이후 색조화장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내용물을 개선했다. 2012년 LG생활건강이 숨과 오휘 브랜드로 쿠션 파운데이션을 출시하면서 합세했다. 두 업체는 쿠션 파운데이션 특허 관련 법적 분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국내 화장품 1, 2위 업체가 경쟁을 벌이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여성들은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 얼굴이 번들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보통 선크림과 파운데이션을 바른 뒤 코티분 등 파우더나 투웨이케이크 등을 꾹꾹 눌러 발랐다.

쿠션 파운데이션이 나오면서 화장하는 과정이 짧아졌다. 아모레퍼시픽이 2015년 국내 소비자 8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쿠션 파운데이션을 쓰면서 화장시간이 단축됐다고 답했다. 평균 13분에서 7분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쿠션 파운데이션 하나만 발라도 메이크업베이스와 선크림, 파운데이션을 모두 바른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6개월이면 신제품 ‘뚝딱’

히트 제품들이 속속 나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는 쿠션 파운데이션이 세계에서 초당 1개씩 팔리고 있다. LG생활건강에서는 지난 6월 출시한 이자녹스 듀얼 커버쿠션이 두 달간 7만 개가량 팔렸고, 더페이스샵 안티 다크닝 쿠션은 지난 4월 나온 뒤 3개월 만에 5만 개 가까이 팔려나갔다. 쿠션 파운데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쿠션 블러셔, 쿠션 셰이딩, 쿠션 하이라이터 등으로 쿠션 시장이 확장하고 있다.

쿠션의 성공은 한국 화장품업계의 독특한 기업문화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 화장품 회사들은 연구 투자를 공격적으로 벌이고, 의사결정이 빠르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로레알 등 해외 화장품 대기업들은 아이디어를 낸 다음 제품을 생산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2년 정도지만 한국에선 6개월이면 신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판매량이 매년 크게 늘자 2015년 쿠션 전용 연구소인 씨랩(c-lab)을 신설했다. 이 연구소는 어떻게 하면 끝까지 내용물을 균일하게 바를 수 있는지,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쿠션 파운데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을 연구한다. 제품 개발 외에도 소비자 반응 등을 조사하고 수시로 제품에 적용해 끊임없이 새로운 버전을 내놓는다.

산업 내 활발한 제조 분업도 쿠션의 세계화를 도왔다. 세계 쿠션 화장품은 대부분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한국의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생산하고 있다. 제품 케이스 제작업체도 연우 등 한국 중소기업들이다. 한 해외 화장품 회사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체들은 콘셉트만 제시하면 순식간에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원조 쿠션 제조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작년 크리스찬 디올과 쿠션 제조기술 협약을 맺었다. 구현정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쿠션 브랜드 매니저는 “한 제품이 10년간 꾸준히 인기를 끈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쿠션은 한 차례 유행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카카오톡 채팅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2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