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수지 기자 ] 중소형주 펀드로 자금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해 온 대형주 중심의 유가증권시장이 숨을 고르면서 그동안 소외된 중소형주가 ‘상승 시동’을 걸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달 연기금이 코스닥시장에서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면서 당분간 중소형주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낙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형주 펀드로 자금 유입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1주일간 중소형주 펀드에는 531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중소형주 펀드에서만 3452억원이 순유출됐지만 흐름이 바뀌었다. 신영자산운용이 지난달 24일 출시한 ‘신영마라톤중소형주펀드’는 출시 9거래일 만에 설정액이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소형주 펀드는 평균 -12.1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냈다. 바이오, 화장품 등 중소형주가 주도하던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중심 장세로 바뀐 영향이 컸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들에 시장 복제율을 높여 대형주 편입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도 중소형주 하락세를 부추겼다.
올 들어서는 중소형주 수익률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연초 이후 중소형주 펀드는 평균 11.26%의 수익을 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대신성장중소형주’로 올 들어 21.66%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펀드는 정보기술(IT) 업종(46.25%)이 펀드 내 주식의 절반에 가깝다. 비에이치(7.12%) 삼성전자(6.15%) 삼성전기(2.70%) 등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하이중소형주플러스(연초 이후 수익률 20.27%),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17.88%), 맥쿼리퇴직연금뉴그로쓰(17.82%) 등도 올 들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중소형주 펀드다.
중소형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늘고 있는 게 중소형주 펀드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지원에 대한 기대가 살아 있고 실적도 개선 추세라는 점에서 코스닥시장의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2015년 이후 주요 글로벌 중소형주 지수가 강세를 보였는데도 코스닥지수만 나홀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충분한 가격 조정을 거친 만큼 서서히 글로벌 중소형주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금 매도세 주시해야”
일각에서는 중소형주 상승세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중소형주 흐름 등 외부 요인과 실적 등도 중요하지만 수급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서도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지수는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때 하락폭이 더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3037억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했다.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다. 국민연금, 사학연금관리공단,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연기금이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맡긴 위탁자금이 중소형주를 시장에서 대거 팔았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몇몇 운용사와 투자자문사에 맡긴 자금을 지난달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매도 물량이 코스닥시장 수급을 일시적으로 악화시켰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국민연금 측은 “중소형주 비중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세워둔 자금 운용계획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임원은 “국민연금이 위탁 중인 중소형주 펀드 7개 안팎에서 자금을 회수한다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미 저평가돼 있는 만큼 주가가 하락한다면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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