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등 주도주(株) 중심의 주가 조정이 진행된 가운데 경제회복의 둔화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당장 3분기(7~9월)부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거울이 아닐 수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매크로분석팀 연구원은 8일 "지금 주식시장은 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의 증가를 반기는 분위기"라며 "고도화 설비로 고가의 제품을 만들고 비싼 값에 팔아 기업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거울이 아닐 수 있다"면서 "2013~2015년에도 IT의 설비투자가 집중됐지만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제조업 전반의 생산은 오히려 정체됐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GDP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데 대해서는 "1분기부터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순수출(수출에서 수입 차감)의 악영향을 상쇄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GDP 성장률은 실제로 수출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 증가율이 더 높아 지난 1년간 상품수지에서 흑자가 100억 달러 줄어들었다.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크게 줄어든 동시에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줄지 않으면서 1년간 서비스수지에서 발생한 적자만 250억 달러를 기록, 1년 전과 비교해 적자가 100억 달러 늘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건설투자 위축도 우려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 1분기 2.9%, 2분기 2.7% 성장에는 건설의 기여도가 컸다"며 "만약 건설이 없었다면 GDP 성장률은 1분기 1.4%, 2분기 1.2%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시적 강(强)달러 우려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고개를 내밀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주식전략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KOSPI) 상승동력의 양축은 이익과 약(弱)달러인데 두 축의 강렬함이 약해지고 있다"며 "우선 8월 말 잭슨홀 미팅이나 미 중앙은행(Fed)의 9월 통화정책회의(FOMC)를 앞두고 일시적인 달러화 강세가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호한 미국의 7월 고용지표 영향으로 Fed의 자산 축소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나온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과 함께 부자 및 대기업 증세 계획안은 기업이익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대기업 세율 인상 및 세액 공제 혜택 축소는 내년 이후 한국 기업의 이익 증분을 영구적으로 3% 내외 낮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올해 상장기업의 순이익 예상치는 하향 조정됐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기업(컨센서스 존재 249사 기준)의 순이익 전망치는 전주 대비 0.3% 하향 조정된 137조원으로 조사됐다. 조선, 기계, 소매(유통) 업종 등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 순이익 전망치도 전주보다 0.3% 하향 조정된 35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상실과 기업의 원가부담 확대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자산전략팀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위험은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근로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여성 근로자에게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책의 부정적인 효과가 일부 취약계층에 집중될 위험이 있으며 고정비 비중이 높은 도소매·음식·숙박 업종의 영세 기업들은 퇴출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소매·음식·숙박 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 시장 구조조정이 대출 부실화로 연결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증권가 "그래도 '한국 증시'는 싸다"
그렇지만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은 글로벌 시장 대비 여전히 '비교 우위'에 있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주도주인 IT 기업의 실적도 내년까지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시황 담당 연구원은 "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 요인을 분석해 보면 올초 기대했던 배당 증가, 주주가치 제고, 신정부 기대감 등을 반영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리레이팅(재평가)이 나타났다기보다 기업의 이익 증가만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 이익 추정치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주가의 하방경직성은 높을 수밖에 없고 이익의 훼손이 크지 않다면 글로벌 주요국 중 한국이 가장 싸다는 논리가 여전히 성립한다"고 말했다.
박석현 대신증권 자산배분팀 연구원도 "MSCI 한국지수의 2017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이 올해 누적 기준으로 27.3% 상향 조정돼 독보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 증시 이익 모멘텀(동력) 변화의 글로벌 대비 비교 우위는 7월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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