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실수요자 "대출금액 부족해 서울 아파트 매입 불가능"
강북 형평성 제기 "집값 강남 30% 선인데 같은 규제"
대책 전 매매 계약자 "잔금 치르기 전이어서 대출·세금 불이익"
[ 선한결 기자 ] ‘8·2 부동산대책’으로 투기 목적이 없는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1주택자의 갈아타기도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실수요자에 대한 정교한 배려 없이 한꺼번에 많은 규제를 쏟아낸 탓에 실수요자도 정상적인 매매거래를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규제가 갑자기 시행되면서 대책 발표 전 계약만 하고 아직 잔금을 치르지 못한 이들의 예상치 못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무주택자·1주택자에 ‘유탄’
30~40대 실수요자도 이번 대책의 유탄을 맞았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필요한 목돈이 확 늘어나서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모두 40%로 낮아졌다. 서울 집값이 높아 아직 충분한 자산을 형성하지 못한 이들은 아예 서울 진입이 불가능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시내 아파트 중위 가격은 올초 6억원을 넘겨 지난달 6억2888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A 공인 관계자는 “주변에 6억원 이하는 입주한 지 최소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뿐” 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에겐 완화된 규제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 6억원 이하 조건을 갖춰야 LTV·DTI 50%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 보통사람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맞벌이 부부의 평균 연소득은 6780만원으로 기준치를 훌쩍 넘는다. 30~40세대는 청약을 통해 내집 마련을 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면적 85㎡ 이하는 모두 가점제 방식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젊은 세대는 무주택기간 등이 짧아 상대적으로 가점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집을 옮기려다 졸지에 손발이 묶인 1주택자들의 불만도 거세다. 8·2 대책이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 등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가구당 한 건으로 제한하면서 새로 이사갈 집값은 전부 자기자본으로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신규분양 중도금 대출도 기존 주택을 판 대금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야 받을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LTV·DTI가 30%로 확 줄어든다. 집값의 70% 이상을 확보하지 않으면 갈아타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지역별 형평성 논란도
8·2 대책이 서울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강도 높은 규제를 일률 적용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나온다. 그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영등포, 강동, 관악, 강남구 등은 올 들어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 3% 내외를 기록했다. 반면 강북구와 성북구는 1%도 채 오르지 않았다. 서울 외곽은 아파트 가격도 낮다. 금천구와 도봉구의 3.3㎡당 평균가는 각각 1174만원과 1145만원으로 서울 평균(2039만원)을 한참 밑돈다. 강남구(3851만원)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도봉구 방학동 B공인 관계자는 “행정구역만 서울이지 집값 폭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사전 예고 없어 피해 속출
사전 예고기간을 주지 않아 피해를 입은 이들도 많다. 세금과 대출규제가 지난 3일부터 즉각 시행되면서 계약 단계에 있던 매수·매도자가 모두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게 됐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으로 추가된 2년 거주가 대표적이다. 대책 발표 전에 집이나 기존 분양권을 계약한 경우 입주 시점에 2년간 거처가 묶이거나 세금 폭탄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법은 잔금 납부나 등기 접수 둘 중 하나가 완료된 때를 취득시점으로 인정한다. 투기지역에서 대책 발표 전 매매계약을 체결한 3주택자도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면 가산세율 10%포인트를 적용받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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