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계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 대신 여름이 갈수록 도드라진다. 여름이 봄의 시간까지 빼앗으면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던 5월은 폭염의 달로 바뀌었다. 올해도 일부 남부 지방에서는 5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고 있어서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과 학계의 중론이다. [한경닷컴]에서는 기후 변화가 가져오고 있는 우리 생활의 다양한 변화를 3편에 걸쳐 알아본다.# 수원에 사는 한정희(35살)씨는 얼마 전 한 백화점 온라인쇼핑몰에서 패션프루트라는 생소한 과일을 구입했다. 커피점에서 파는 패션프루트 주스를 한 두 번 먹어본 적은 있지만 과일로 직접 사는 건 처음이었다. 주문 전 상품에 대해 확인하던 정희씨는 의외의 사실에 놀랐다. 당연히 수입과일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산지가 경북 김천. 주위에 물어보니 국산 패션프루트로 과일청을 담근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며칠 뒤 집으로 배달돼 온 패션프루트를 먹어보니 새콤달콤하면서 향긋한 것이 딱 여름 느낌이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면서 먹거리 지도가 변하고 있다.
여름이 길고 무덥고 습해짐에 따라 농산물 재배 적지는 북상하고 재배하는 과일, 채소 종류도 열대·아열대 품목으로 바뀌고 있다.
제주에서 자라던 한라봉은 고흥·거제·나주로 올라오더니 이제 충북 충주에서도 재배된다. 충주 한라봉은 지역 명소인 탄금대에서 따온 탄금향이란 이름으로 팔린다.
경북 경산이 주 산지였던 복숭아는 강원도 춘천에서 재배한다. 경북 대구를 상징하던 사과는 평창·영월로 넘어왔다.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보던 열대·아열대 과일 중 상당수는 이미 국내에서 재배한다.
제주에서만 키우던 패션프루트는 김천·구미, 진천에 이어 경기도 평택까지 확대됐다.
여수와 통영에서는 망고와 아보카도를 재배한다. 진주에서는 용과(드래곤프루트)를 볼 수 있다.
이런 과일들은 아직 주요 대형마트에서 많이 팔리고 있지는 않지만 재배 농가가 늘면서 유통 채널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열대과일 중 멜론 등 일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대부분 국산이 팔리고 있다"며 "다른 열대·아열대 과일도 생산량이 늘면 수입산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일 재배 면적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열대·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은 2014년 1345㏊에서 지난해 1406.5㏊로 증가했다.
패션푸르트는 0.3㏊에서 44.4㏊로 늘었고 파인애플은 거의 없다가 4.5㏊로 증가했다.
채소의 재배 면적 역시 변하는 추세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 면적은 2010년 7449㏊였지만 2020년에는 4516㏊로 줄어든다. 2050년이 되면 256㏊로 급감했다가 2090년에는 0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열대·아열대성 채소 재배 면적은 2014년 60.5㏊에서 지난해 254.5㏊로 2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바다 생태계도 예외는 아니다.
찬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자취를 감추고 난류성 어종이 세를 넓히고 있다. 자연산 명태가 희귀해지면서 명태에 현상금 50만원이 걸리기도 했다.
정부는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248억원을 투입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멀리 남쪽 바다까지 나가서 잡았던 참다랑어는 이제 제주도 부근 바다에 대량으로 나타난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한반도 기후 변화로 작물 재배지는 점점 북상하고 새로운 작물이 도입되고 있다"며 "수산 분야에서도 난류성 어종의 증가와 한류성 어종 감소 현상이 극명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후학자 트레와다가 만든 기후 구분에 의하면 한반도 아열대 지대는 북상하는 추세이고 주로 남해안과 동해안 지역으로의 북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레와다 구분 기준은 평균기온이 10도가 넘는 달이 1년 중 8개월을 넘어서면 아열대 기후라고 정의한다. 제주도와 일부 남부 지방은 이미 11월 평균기온이 10도를 넘어서며 이 기준을 충족한다.
지난 100년 간 전 지구 평균 기온은 0.03도~0.74도 오른 데 반해 한반도는 이보다 두 배인 1.5도 상승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100년 무렵 한반도 평균기온이 현재(1981년~2010년)보다 5.9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2020년에는 남부 전체, 2070년에는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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