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주도주 전환 과정"…유틸리티·철강·화학주 길목 지켜야
많이 오른 IT·금융주에 차익매물…저평가된 실적우량주에 '온기'
삼천리·한국가스공사·세아제강 등 PBR 1배 이하 종목 관심
[ 윤정현/은정진/홍윤정 기자 ] 유가증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코스피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던 정보기술(IT) 및 금융업종이 차익실현 수요에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당장의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는 ‘저평가 소외주’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조정받을 때일수록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등 기업의 ‘기본기’에 주목하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변동성 커진 시장
올해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7월24일 2451.53)를 찍는 과정에서 지수의 하루 변동폭이 1.5% 이상이었던 날은 드물었다. 지난 5월8일 2.3% 오른 게 최대치였다. 사상 최고점을 향해 달려갈 때도 8거래일간 2.50% 뛴 게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 물량을 쏟아낸 여파로 지난달 28일 1.73% 하락한 데 이어 3일에도 1.68% 떨어졌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달 28일 12.93까지 오르며 향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을 예고했다.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지난달 21일(9.82) 대비 31%가량 높아진 수치다. 변동성지수는 옵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코스피200지수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한 지표다. 이 숫자가 커질수록 지수가 방향을 트는 폭과 강도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많은 투자자가 ‘1차 상승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해 지난 2일처럼 ‘반짝 반등’이 나오자 곧바로 매도 주문을 쏟아냈고 이런 차익실현 심리가 지수를 끌어내렸다”며 “과거 강세장과 달리 지금은 ‘치고 올라오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조정장이 본격화되면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외주에 주목하라”
전문가들은 조정 가능성이 커진 만큼 그동안 많이 오른 IT주와 금융주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실적에 비해 덜 오른 가치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와 금융이 이끌던 주도주에 변화가 생길 여지가 생긴 셈”이라며 “그동안 소외됐던 유틸리티 및 헬스케어와 경기민감주들이 상대적으로 돋보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1배가 채 안 되면서 작년 대비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도 철강, 화학, 유틸리티 관련 종목이 대거 포함됐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사업을 청산할 때 거머쥘 수 있는 돈보다 현재 주가가 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뜻한다.
PBR이 0.5배에도 못 미치는 삼천리(0.35배)와 한국가스공사(0.48배)가 대표적인 종목이다. 철강업종에서는 세아제강(0.43배) 현대제철(0.46배) 동국제강(0.58배) 포스코(0.61배) 등이 ‘저평가 소외주’에 해당된다. 이수화학(0.78배)과 SKC(0.88배)는 PBR이 낮으면서 작년 대비 올해 ROE가 두 배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시경제 관련 지표들은 여전히 양호한 만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코스피지수가 조정받을 때는 통신, 전기가스 등 경기방어업종을 사들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윤정현/은정진/홍윤정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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