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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생존 걸림돌, 노동력, 미래주역…시대마다 아이들 보는 '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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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피터 N.스턴스 지음 / 김한종 옮김 / 삼천리 / 368쪽/ 1만9000원



[ 서화동 기자 ] 1994년 싱가포르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10대 미국인 청소년이 주차된 승용차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경찰에 체포된 그는 벌로 엉덩이를 30대를 맞았다. 이 사건은 미국과 서유럽에서 격렬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분노의 기저에는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깔려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주역이며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라는 근대적 인식이 결핍돼 체벌을 가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당시 싱가포르는 서구의 개인주의와 엉성한 관용을 거부하고 공동체의 가치와 교육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하던 터였다. 근대적이냐 아니냐의 단순 논리로 누가 더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느냐를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피터 스턴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역사학과 교수는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에서 아이들을 세계사의 중심에 놓고 그 지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되짚는다. 여기서 ‘아이’는 유아기부터 아동기, 사춘기, 10대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미성년’의 시기 전부를 포괄한다. 저자는 수렵·채집사회부터 농경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현재의 글로벌 시대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지위가 공동체에서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육아와 교육, 보건의료, 유아 사망, 성 문제와 출산, 체벌, 노동과 소비, 차별과 빈부격차 등 다양한 주제로 통찰한다.

아이들을 역사 연구의 진지한 대상으로 삼은 첫 책은 프랑스 역사학자 필리프 아리에스가 1962년 펴낸 《어린이의 세기》였다. 아리에스는 이 책에서 전통적인 유럽인들은 아동기가 인생의 한 단계라는 명확한 인식을 갖지 못했고, 어린이를 가족 활동의 주변부로 격하시키는 경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973년 출간된 《아동의 탄생》에서는 “아동이란 근대 가족제도의 출현과 더불어 발명된 개념”이라고 주장했고, 많은 학자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학계에 큰 논쟁이 벌어졌다.

스턴스 교수는 이 책에서 “아리에스에서 비롯된 전반적인 논쟁은 완전히 끝나버려서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서양의 경험만을 토대로 한 ‘근대적 모델’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아이들을 하찮게 여기거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존중하지 않다가 근대 이후 서구에서 먼저 아이들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대접이 달라졌다는 식의 설명은 문화권별 특수성이나 문화 간의 교류와 영향을 간과한 단순 논리라는 얘기다.

수렵채집사회에서는 농업사회와 달리 출산을 제한하고 어린이를 상당한 짐으로 여겼다. 아이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생존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가임 기간에 아이를 넷 이상 낳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원전 8000년 무렵 농업이 시작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농사일에는 많은 일손이 필요했고 농사를 짓는 마을은 어린이로 가득 차게 됐다. 저자는 “농업사회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아동 중심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18~19세기 서양에서 아동의 지위에 관한 근대적 인식이 싹트면서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아이들을 일터 대신 학교로 보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비용 등의 문제로 5~7명이던 가족 규모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커질수록 출산율이 줄어드는 이 역설을 근대라는 기준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세계사에서 어린이의 지위는 세 차례의 큰 변화를 겪었다고 설명한다. 수렵채집사회에서 농업사회로의 이행, 근대 산업사회의 탄생, 사람과 상품, 온갖 정보와 유행이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의 도래다. 이런 큰 갈래 속에서 저자는 종교의 확산과 문명 간 접촉, 노예제와 식민주의, 20세기 공산혁명, 전쟁과 폭력, 풍요로운 소비사회의 도래가 어린이의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하나하나 파헤친다.

저자는 “아동 지위의 끊임없는 변화가 근대의 독점물은 아니다”며 “어린이의 세계사가 갖고 있는 장점은 인간의 경험이 어디서 왔는가 하는 로드맵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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