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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행성 보호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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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행성 보호 책임자(Planetary Protection Officer: PPO)를 찾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공개 채용 사이트에 올려놓은 구인 공고다. PPO는 상당히 이색적인 직업이다. 지구와 외계 행성이 상호 오염되고 오염시키는 것을 막는 게 이들의 주 업무다. 미지의 외계 미생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한편 인간이 달 화성 등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우주센터나 관련 기관에는 이와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다른 일과 행성 보호 일을 겸하고 있거나 파트타임으로만 일한다. 이에 비해 NASA가 채용 중인 포지션은 전업이며 풀타임 PPO다. 풀타임 PPO는 전 세계에 딱 두 명뿐이다. NASA와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에 한 명씩이다.

이번 충원은 NASA 내 업무 조정 및 재배치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연봉은 12만4406~18만7000달러(약 1억4000만~2억1000만원)로 7월13일~ 8월14일의 모집기간 동안 딱 한 명만 뽑는다. 요구하는 스펙은 매우 까다롭다. 행성 보호와 관련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관련 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1년 이상이어야 한다. 우주 관련 일은 국가 간 협조가 필수다. 따라서 다른 나라 관계자와 여러 복잡한 일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외교적 스킬도 요구된다. 자연과학, 수학, 공학 분야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도 필수다.

PPO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 이미 설치 근거가 있다. 정식 명칭이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서의 국가활동을 규율하는 규칙에 관한 조약’인 우주조약은 인류 최초 우주기본법이다.

PPO는 이 조약에 의거, 세계 우주센터를 순회하며 우주탐사 로봇이나 우주인이 탐사 대상 행성을 실수로 오염시키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관찰 감시한다. 목성의 위성 중 물의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유로파 탐사 로봇이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상공에서 유로파 표면을 촬영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화성 등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 흙이나 암석을 지구로 가져올 경우, 혹시 모를 미생물의 지구 반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역시 주요 임무다.

그런데 이 ‘지구를 지키는 일’에 생각만큼 지원자가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요구 자격이 까다로운 데 비해 보수는 그리 많지 않아서인 듯하다. ‘일자리’가 화두로 떠오른 요즘, 우리 젊은이들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쉽게도 미국인만 지원 가능하다고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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