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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예술의 역할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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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티스트 이배경 씨 개인전
오는 20일까지 아트사이드갤러리



[ 김경갑 기자 ]
디지털시대 시각예술은 첨단 기술의 강점을 이용한 미디어아트가 대세를 이룬다. 작가들은 컴퓨터와 광학기술 등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한 뒤 관람객을 끌어들여 메시지나 의미를 전달한다. 때문에 미디어아트는 몇몇 관람객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다수의 대중을 위한 예술이다. 작가는 옛날처럼 작품 제작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큐레이터(학예사) 역할도 함께한다.

미디어아티스트 이배경 씨(48)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이런 미디어아트 작업으로 주목을 받아온 대표적인 ‘백남준 키드’다. 중앙대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미디어예술대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한 그는 그동안 시간과 공간, 몸을 테마로 첨단 기술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탐구해 왔다.

2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막한 그의 개인전은 기술과 예술의 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미디어아트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오는 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 주제는 ‘공간·시간·상념’. 증강현실(AR)을 비롯해 3D(3차원) 애니메이션, 무빙 사운드 등을 활용해 시각 예술의 무한한 증식과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구현한 근작 세 점을 내놓았다.

무중력 공간에 정육면체들을 등장시켜 시각적 한계를 넘어 공간과 시간의 차이,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도 자극하는 작품들이다. 난이도와 내용 모두 낯설지만 디지털시대 예술의 역할과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대형 영상설치 작업 ‘무중력’은 관람객이 정육면체가 그려진 공간에 들어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사용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1m 크기의 흰색 정육면체들이 무중력 공간에서 부유하며 움직이고 벽면에 부딪히는 모습을 게임 속 영상처럼 초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무중력 공간은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밀폐되고 은닉된 장소이자 안도감을 주는 지점”이라며 “정육면체 움직임은 평범한 일상으로부터의 일탈과 그 일탈이 주는 두려움의 경계”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벽면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영상 설치 작품은 첨단 기술시대 캔버스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일깨워 주며 시공간의 괴리감, 공감각까지 아우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동재 아트사이드 대표는 “테크놀로지를 시각예술에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최근 미디어아트 경향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전시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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