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을까
캐스팅보트 쥔 국민·바른정당
"재원 조달 계획 먼저 밝혀라"…국회서 세출구조개혁 등 논의
한국당 "경제활성화에 역행…법인세 증세는 일자리 감소세"
보수 야당, 보편적 증세 거론
"법인세 동결·소득세 인상…절충 가능성도 있다"
[ 유승호 기자 ]
정부가 2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부자 증세’가 다음달 1일 시작하는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득세 과세표준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구간과 5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각각 2%포인트 올리고,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3%포인트 올리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법안을 놓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증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에 앞서 세출 구조 개혁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한국당 “증세는 경제 활성화 역행”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세법 개정안은 국가 경제와 재정 운용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것은 물론 정치적 계산에 의한 무리한 증세 방안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기업 발목 잡기 증세와 내수 위축 증세를 바로잡겠다”며 기재위 법안 심의 과정에서 증세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재위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 오너가 아니라 주주, 근로자,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한다”며 “법인세 인상은 국민 증세, 일자리 감소세”라고 비판했다. 소득세 인상에 대해서도 “과표 5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지난해 2%포인트 올렸다”며 “세율 인상 효과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또 올리겠다는 것은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신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캐스팅보트를 어떤 방향으로 행사할지 주목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부·여당이 국정 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 조달 계획을 상세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증세 논의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은 증세에 찬성하고 있고 바른정당은 중부담·중복지를 위한 자체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법인세 동결·소득세 인상 절충 가능성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증세 논의에 참여하면 한국당도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는 동결하고 소득세는 올리는 등 절충안에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기재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도 “소득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담세 능력이 있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소득세 인상에 대해선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일부에선 중산층과 저소득층까지 포함하는 보편적 증세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에서 “조세의 기본 원칙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지만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가 46.8%나 된다”며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표적 증세보다 면세자 비율 축소가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편적 증세를 하지 않으면 100대 국정 과제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담뱃세와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담뱃세를 2000원 인하하고 배기량 2000㏄ 미만 승용차의 유류세를 50% 내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당이 소득세·법인세 증세를 막기 위한 협상 카드로 담뱃세·유류세 인하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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