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고운 마음 꽃이 되고…' 펴낸 이해인 수녀
[ 심성미 기자 ]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나는 말하면서/다시 알지…”(‘나를 키우는 말’ 중)
수화기 너머로 이해인 수녀(72·사진)의 시낭송이 들려왔다. 그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작시 한 편을 곱게 읊고는 “선한 마음이 좋은 말을 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먼저 선한 말을 연습하다 보면 내 마음도 정화돼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가 산문집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샘터)를 펴냈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잘 말하기 연습법’을 정리한 책이다. ‘비교하지 말기’ ‘배려 있는 농담하기’ ‘인간적인 위로 건네기’ 등 저자의 지침은 구체적이다.
“마음은 사람이 쉽게 들여다볼 수 없지만 말은 그대로 드러나는 또 다른 나이죠. 오는 말이 곱지 않아도 가는 말은 고와야겠다고 결심한 뒤 이런 구체적인 지침서를 만들었습니다.”
2008년 대장암으로 투병하면서 힘들었던 시기에 그를 위로해준 것도 다른 이들이 건넨 따뜻한 위로의 말이었다. “너무 아플 땐 사람들이 문병을 와서 위로의 말 대신 기도만 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 옆방에 입원해 있던 김수환 추기경께서 ‘(이해인) 수녀도 그럼 항암(치료)을 하느냐’고 묻고선 ‘그래, 대단하다, 수녀’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한마디가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특히 “극단적인 말을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화가 날 때 흔히 하는 ‘미치겠다, 돌아버리겠다, 혈압 오른다’ 같은 막말 대신 ‘보통 일이 아니에요’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정도로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정치인 등 수많은 사람이 극단적 표현 때문에 관계를 그르치는 걸 많이 봐왔어요. 가능한 한 순하고 관계를 해치지 않는 언어를 사용했으면 합니다.”
고운 말을 쓰는 게 좋다는 건 모두 알지만 매 순간 실천하는 건 쉽지 않다. 그도 “막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고 했다. “막말을 하고 나면 듣는 사람뿐 아니라 내 마음의 평화까지 깨지고 결국 후회하게 되더군요. 자신만의 ‘덕담 레시피’를 한번 만들어보세요. 사별한 사람에겐 어떤 위로의 말을, 의기소침해진 이에겐 어떤 격려의 말을 해줄까 생각하고서 서랍에 담아둔 뒤 상황에 맞게 꺼내어 쓰면 훨씬 쉬워집니다.”
그는 편지의 순기능도 강조했다. 불쑥 전화로 급히 말하는 것보다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저자에겐 훨씬 정감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동안 써온 편지가 수만 통이 넘는다. “캐나다에 사는 한 여성은 연례행사로 제 가을 연시 30편을 필사해 5년째 보내주세요. 책갈피로 쓰던 단풍잎들도 함께요. 저도 좋은 시나 말린 잎을 동봉해 정성 들여 답장을 보냅니다. 더 많은 사람이 편지에 곱고 다정한 말을 적어 주변 사람에게 보내면 좋겠습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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