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첫날 '옵션 장사' 논란
당초 3만5000달러에 책정
고급 시트·자율주행 기능 추가 땐 차 가격 두 배 가까이 뛰어
첫 인도받은 30명은 테슬라 직원
1주일에 1만대씩 양산해도 50만 예약자들 2018년 말에나 받아
[ 뉴욕=김현석 기자 ]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지난 28일 공식 출시했다. 7만달러(약 7800만원)가 넘는 고급차만 팔아온 테슬라가 가격을 3만5000달러로 낮춰 연간 50만 대(2018년) 이상 팔겠다고 나선 차다. 하지만 출시되고 보니 각종 옵션을 더하면 6만달러에 육박해 ‘옵션 장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예약고객 50만 명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처음 차를 인도받은 30명은 모두 테슬라 직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분간 모델3를 시승하는 동안 두 번이나 고장나 차량을 리셋해야 했다며 왜 직원에게만 먼저 인도했는지 알았다고 비꼬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반 고객에 대한 차량 인도는 연말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급형이라고 했는데
머스크 CEO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모델3 첫 인도식에서 “오늘은 테슬라에 엄청난 날”이라며 “우리 목표는 비싼 차를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이날 공개한 모델3 판매가격은 최저 3만5000달러에서 최고 5만9500달러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10마일(약 338㎞)인 기본형 가격은 당초 알려진 대로 3만5000달러다. 310마일을 달리는 장거리 모델을 선택하면 4만4000달러를 내야 한다.
여기에다 글라스루프와 고급 오디오, 파워시트 등을 포함한 인테리어 패키지가 5000달러, 자동주차 등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기능을 선택하면 5000달러(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하드웨어 탑재 시 8000달러)를 더 내야 한다. 기본인 검은색 대신 블루, 레드, 실버 등을 선택해도 10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옵션을 모두 달면 차값이 최고 5만9500달러까지 치솟는다.
전기차는 미국에서 연방정부 보조금 7500달러와 주정부 보조금(주마다 다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연방정부 보조금은 차종 구분 없이 한 회사에 20만 대까지만 준다. 테슬라는 이미 1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미국 내 예약고객이라면 모두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주당 1만 대 양산할까
이날 테슬라 직원에게 먼저 인도한 이유는 아직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기에는 소프트웨어 등에서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게다가 테슬라는 대량 생산 경험이 적다. 지난해 판매량은 총 7만6000대다. 지난 2분기엔 배터리 생산 문제로 1분기(2만5100대)보다 더 적은 2만2000대를 생산해 파는 데 그쳤다.
머스크 CEO는 “가장 큰 도전은 더 많은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이라며 “예약고객들이 언제 차를 받을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주당 5000대, 내년 말까지 주당 1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NYT는 도요타,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하루 평균 2만5000대를 생산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일반 고객의 차량 인도 시기를 오는 9~10월로 예상했다. 홈페이지에선 모델3를 지금 예약하면 12~18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대로 양산이 이뤄져도 현재 예약자들이 차를 모두 받으려면 내년 말이나 돼야 한다는 뜻이다.
◆모델3는 약일까, 독일까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56% 급등해 시가총액에서 포드를 넘어섰다. 제너럴모터스(GM)와 맞먹는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모델3를 바탕으로 테슬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러나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수요를 예상만큼 창출하지 못한다면 위기가 올 수 있다. 칼 부라워 켈리블루북 발행인은 “향후 12개월이 테슬라에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2개월 내에 모델3 판매를 늘려 양산차 업체로 도약하면 성공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대가 무너지면서 그동안 막대한 투자 탓에 회사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모델3 성공 이후 트럭과 밴, 세미트럭 등으로 전기차 차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모델3가 실패한다면 이런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