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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회색 코뿔소'와 '하얀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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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중국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과 홍콩 언론들에 이어 어제는 중국 고위 관료까지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모두가 동물에 빗댄 용어를 써서 눈길을 끈다. 중국 경제 관료가 ‘회색 코뿔소(grey rhino)’의 재앙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일컫는 말. 갑자기 닥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경고로 알려져 있는 위험 신호를 무시하다가 큰 위기에 빠진다는 의미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인 미셸 부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과 자신의 책 《회색 코뿔소가 온다》에서 강조한 뒤로 유명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제를 덮칠 ‘회색 코뿔소’는 다섯 마리다. ‘그림자은행, 부동산 거품, 국유기업의 고(高)레버리지, 지방정부 부채, 불법 대출·자금 조달’ 등 하나같이 버거운 난제들이다.

중국을 위협하는 건 ‘회색 코뿔소’만이 아니다. 지난 17일 인민일보 논평처럼 ‘블랙 스완’까지 막아야 하는 처지다. ‘검은 백조’를 뜻하는 ‘블랙 스완’은 발생 확률이 극히 낮지만 한 번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것을 뜻한다. 월가 투자전문가 나심 탈레브가 《블랙 스완》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할 때 인용했다.

동물 용어는 의외로 많다. 금융시장에서도 많이 쓰는 ‘매파’와 ‘비둘기파’는 베트남 전쟁 때 등장했다고 한다. 전쟁을 계속하자는 강성파를 ‘매파’,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온건파를 ‘비둘기파’라고 했다. 증권시장에서 ‘황소(bull)’가 상승장, ‘곰(bear)’이 하락장을 의미한다는 건 대부분 안다. 황소는 뿔을 아래에서 위로 치받고 곰은 앞발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다는 데서 왔다는 등 설(說)은 다양하다. 자산 규모가 큰 개인투자자를 ‘슈퍼 개미’, 강세장을 예상해서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개인투자자를 ‘불(bull)개미’로 부르는 걸 보면 ‘개미’도 여기에 한몫한다.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는 비용만 많이 잡아먹으면서 쓸모가 없는 걸 말한다. 대형 이벤트 후 유지비만 소요되는 ‘애물단지’ 경기장을 가리키기도 한다. 고대 태국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사료비가 많이 드는 흰색 코끼리를 하사해 파산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먹기엔 양이 적고 버리기엔 아까운 계륵(鷄肋)과 같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유용한 정보는 ‘방 안의 코끼리’라고 한다.

경제를 생각하면 ‘회색 코뿔소’와 ‘블랙 스완’이 조심스럽고, 평창 올림픽을 떠올리면 ‘하얀 코끼리’도 걱정이 된다.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상승 추세를 뚝심있게 밀어올리는 ‘황소’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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