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가상화폐, 터지기 전 규제
반년새 12억달러 넘는 자금 몰려
'롤러코스터 등락'에 투자 우려
[ 이상은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를 이용한 디지털 계약을 ‘증권’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거래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증권법으로 규제한다.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가상화폐공개(ICO)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SEC는 26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을 이용한 분산형 네트워크인 탈중앙화조직(DAO)이 발행한 디지털 자산 ‘토큰(이더리움을 주고 거래하는 대상)’을 증권으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상조직에 의한 디지털 자산 발행과 판매는 연방증권법의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SEC는 미국 내에서 발행·거래되는 증권의 교환과정에 참여하는 개인·기관은 모두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이더리움 거래소를 인가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공개(ICO)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시장 과열 때문이다. 최근 1년 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치가 급등하면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다양한 이름의 토큰을 발행해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가상화폐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가 계속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발행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기업공개(IPO)보다 훨씬 간단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오토노머스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스타트업의 ICO 시장 자금 조달 규모는 1400만달러였지만 올 들어 12억66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이더리움 공동개발자 중 한 명인 찰스 호스킨슨은 지난 19일 “ICO 시장은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중순 400달러까지 치솟은 이더리움 가치는 급등락을 거듭하다 SEC가 ICO 시장에 개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2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관련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는 SEC 개입 결정이 다른 나라 금융감독당국의 관련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18일 국회에서 ‘가상통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박 의원은 가상화폐거래소 설립 시 최저 자본금 요건을 도입해 인가제로 하는 등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니라 ‘상품’으로 분류해 거래할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물리거나 주식·채권 같은 ‘증권’으로 봐서 거래세를 매길 수도 있다.
SEC의 규제 도입에 가상화폐 커뮤니티 반응은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시장질서가 유지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견해도 많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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