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년 앞당겨 지급
OLED 패널 장기공급처 확보…삼성 대항마로 LGD 키우기 포석
LGD, 6조 이상 외부서 조달
중국 정부 2조·구글 1조 투자
한상범 "10.5세대 2020년 양산, 중국 공장 기술 유출 없게 대비"
[ 노경목 기자 ] 애플이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설비 증설에 3조원을 지원한다. 8.5세대 OLED를 생산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에는 중국 지방정부 등에서 2조원 이상을 투자할 전망이다. 구글이 지난 4월 중소형 OLED 설비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까지 합하면 LG디스플레이는 6조원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하게 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27일 “애플이 경기 파주의 LG디스플레이 P10 공장을 중심으로 6.5세대 OLED 생산설비에 3조원을 대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애플은 2019년부터 월 4만5000장의 OLED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발표한 중소형 OLED 투자 10조원 중 4조원을 애플과 구글이 내는 셈이다.
◆LGD와 다시 손잡는 애플
애플의 자금 지원은 나중에 생산될 OLED 패널 값을 미리 치르는 선수금 지급 방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시설 투자 자금을 미리 확보할 수 있고, 애플은 OLED 패널의 장기 공급처를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3조원은 지금까지 애플이 글로벌 부품 공급처에 지급한 선수금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애플은 2010년 IPS LCD(광시야각 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공급받을 때도 LG디스플레이에 선수금을 지급했지만 규모는 1조원을 밑돌았다.
애플의 이번 투자에는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의 96%를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항마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아이폰8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10조원어치의 OLED를 애플에 공급한다. 다른 업체들의 공급이 미미해 사실상 독점 공급사다. 여러 공급처를 두는 ‘멀티 벤더’를 선호하는 애플로서는 부담이다.
삼성과는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인 만큼 협력 과정에서 잡음도 새어나온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협력업체의 장비까지 꼼꼼히 살펴보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공정 기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막으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며 “IPS LCD부터 호흡을 맞춰온 LG디스플레이가 애플로서는 더 편한 거래상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5조원을 들여 2019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중국 광저우의 8.5세대 OLED 공장에는 광저우 지방정부와 산하 공기업 등이 2조원 이상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소식통은 “이미 지난달 착공에 들어가 현장에서는 파일 박기 작업을 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산업 고도화를 위해 첨단 공장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면 LG디스플레이는 1조8000억원의 자본금 출자만으로 공장을 지을 수 있다.
◆2020년 매출 40%를 OLED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 정도인 OLED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35~40% 끌어올리겠다”며 “10.5세대 OLED도 전용 증착기가 도입되는 2020년 초에는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1400만 대인 세계 60인치 이상 TV시장이 2020년에는 45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OLED TV가 이 중 650만 대 이상을 점유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그러나 LCD 패널 생산 확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초기 투자인 박막트랜지스터(TFT)는 OLED, LCD 모두 동일한 공정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LCD도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말 10.5세대 LCD 패널을 먼저 생산한 뒤 증착기 기술 개발과 시장 상황에 맞춰 조금씩 OLED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에 대해서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꼭 해야 할 투자”라며 “현지에서 OLED 기술 유출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만반의 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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