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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에 열광하는 한국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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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KBS향·코리안심포니 내달 줄줄이 공연


[ 김희경 기자 ] 러시아의 20세기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정권 아래 예술과 생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스탈린은 예술가들을 내세워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려 했고 당대 최고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는 여기에 동원돼야만 했다. 그의 개성적이고 과감한 음악 세계에 억눌린 듯한 그늘이 있는 이유다. 음울하면서 난해하기까지 한 그의 곡들은 국내 무대에서 쉽게 연주되는 레퍼토리도 아니었다.

◆“난해하지만 화려하고 생동감 넘쳐”

하지만 분위기가 크게 반전되고 있다. 한국 클래식계가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빠졌다고 할 만큼 공연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오는 8월 한 달 동안에만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가 잇따라 쇼스타코비치 작품을 연주한다.

이런 분위기는 올초부터 감지됐다. 서울시향은 지난 3월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 취임 연주회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선보였다. 10월 내한하는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이 곡을 연주한다. 9월에는 역시 서울시향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양창섭 서울시향 공연기획팀장은 “쇼스타코비치 작품은 다소 난해하지만 공연장에서 들으면 훨씬 화려하고 생동감 넘친다”며 최근 연주가 많은 배경을 설명했다. 음악가들이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이고 싶을 때 쇼스타코비치 음악을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관객 선호도와 관심도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양 팀장은 “5년 전 국내 클래식계에서 말러 붐이 일면서 관객의 레퍼토리가 크게 확장됐다”며 “말러 곡과 느낌은 비슷하면서도 더 음울하고 다소 과격한 음향을 즐기고 싶어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많이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

◆8월에 만나는 쇼스타코비치

서울시향은 다음달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의 해학: 하이든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를 통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쇼스타코비치는 15편에 달하는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의 대표작인 교향곡 5번이 스탈린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더 화려하게 작곡했다면 1번은 전혀 다르다. 1번은 그가 19세 때 작곡한 것으로, 순수함과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시향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삐딱하게 비틀고 풍자와 위트까지 녹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지휘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한누 린투가 맡는다.

KBS교향악단과 코리안심포니는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1주일 간격으로 무대에 올린다. 이 곡은 그가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며 쓴 작품으로, 스탈린 시대가 막을 내린 뒤에야 가까스로 발표됐다. 곡의 길이나 내용이 교향곡에 필적할 만큼 규모가 크다. KBS교향악단은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날카로운 회색빛 감성과 고전주의를 향한 회고적인 경향이 함께 나타난다”고 곡을 설명했다.

KBS교향악단의 공연은 다음달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지휘는 요엘 레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가 한다. 코리안심포니는 다음달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스타코비치&엘가’를 공연한다. 정치용 인천시향 상임지휘자가 함께한다. 2015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이자 정경화의 제자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텔 리가 협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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