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방향
'사회안전망 구축' 주력
재정에 다소 부담되더라도 가계소득 확대·일자리 창출
성장잠재력 확충 토대 마련
문제는 '곳간'인데
정부지출 연 7%씩 늘어나면 2020년 500조원 육박
'부자증세' 만으론 재원 부족…매년 대규모 국채발행 우려
[ 이상열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재정 확장 정책을 공식화했다. 과거 10년간 재정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재정지출을 경제성장 범위 내에서 관리하던 것에서 벗어나 집권 5년 동안 매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보다 높게 유지하기로 했다. 가계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재정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재원 마련 대책은 상대적으로 부실해 매년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메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채 발행은 미래 빚을 끌어다 쓰는 것이어서 자칫하면 국가 재정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생색은 현 정부가 내고 이로 인한 국가채무 부담은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정지출 증가, 경제성장 속도 추월
정부는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집권 5년간 정부 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5~7% 수준으로 확대해 4%대인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면 재정에 다소 부담이 가더라도 투자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표현된 정책”이라고 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물가를 감안한 우리 경제의 명목성장률이 연 4.5~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예산 지출액은 매년 최소 5% 안팎씩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밝힌 대로 연평균 증가율이 7%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 팽창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임기 말 재정지출 500조원 육박
이는 과거 10년간 ‘균형 재정’과 ‘재정 건전성’을 내세운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마련한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재정수입이 5.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함에도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3.5% 수준에서 억제하려고 했다. 이를 통해 국가채무비율(GDP 대비)을 2017년 40.4%에서 2020년 40.7%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정부 씀씀이 규모가 이보다 훨씬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연 5% 정도의 증가율을 유지하면 2020년 예산 지출 규모는 463조7000억원으로 기존 예상치보다 20조원 이상 커진다. 연 7%씩 늘어날 경우엔 종전 대비 50조원가량 급증한 490조8000억원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 5년간 지출이 100조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재정지출 방향을 양극화 해소에 맞춰 2015년 13.5%에 머무른 재정의 분배개선율(세전과 세후의 지니계수 개선율)을 20%대로 높일 계획이다.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충당?
문제는 재원이다.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선 세수 증대가 뒤따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이면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는 과세를 강화하는 조세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높이고 과표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최고세율(25%)을 신설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를 통한 세수 효과는 연 4조~5조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재정지출 증가를 충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세수가 펑크 나면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 방향에서 ‘세수 결손 시 총 국채발행 한도에서 국채 발행을 탄력 조정하는 방안 검토’를 적시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 국채는 그대로 국가채무로 쌓인다. 한 재정 전문가는 “과거 정부에서 재정 건전성을 관리해온 덕분에 현 정부는 재정을 늘려 인기를 관리할 수 있지만 재정지출을 무턱대고 늘릴 경우 이에 따른 후유증은 다음 정부가 책임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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