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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훈의 데스크 시각] 국가 지도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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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훈 부국장 겸 산업부장 jih@hankyung.com


새로 시작하는 국가 지도자가 범하기 쉬운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중요한 과제를 추진하면서 해당 국가가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과 외부 환경 변화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일이다. 자신의 힘을 과소·과대 평가하거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역량이 떨어질 때 일어난다. 만약 기업 경영자가 이런 실수를 하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 지도자가 편협스럽고 비타협적인 동기와 신념의 지배를 받을 때다. 이런 지도자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주요 정책에 대한 공론화도 거추장스럽게 느낀다.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이런 태도를 취하면 해당 기업은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투자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전략적 사업심사는 개인 또는 특정인의 주관적·도덕적 판단으로 대체된다.

文 대통령의 일방 독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어떤 조건 속에서 이런 국가를 만들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도자가 자국의 역량과 기회·위기 요인, 주변 여건을 오판하면 국가적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도 이런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진보진영이 보기에 그의 지향점은 높고 순수하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독선과 불통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다. 보수진영 지식인들은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법인세를 올리는 일련의 행태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비타협적”이라고 비판한다.

인간의 지식과 경험, 이론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일을 계획하는 것과 실제 달성하는 것 사이에는 격차가 엄존한다. 이런 예측 실패를 경계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요구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일방통행이 위태로워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생각과 판단의 획일성 때문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 같은 보수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여태껏 대한민국이 먹고 살아온 토대인데도 그렇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기득권 적폐세력의 준동’으로 몰아붙일 태세다.

사라지는 국가전략의 다양성

따지고 보면 이른바 진보진영 전체가 그렇다. 보수진영이 보기에 급진 성향의 운동권과 ‘강남 좌파’가 뒤엉켜 있는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은 동일한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탈(脫)원전에는 찬성하면서 ‘부자증세’에는 반대하거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를 주장하면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은 괜찮다는 등과 같은 교차 의견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면서 밀양 송전탑 건설은 찬성한다는 사람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각료들을 뽑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들이 확인한 것이다. 개별적으로 성격이 다른 사안들인데도 어쩌면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목소리를 내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현대 사회에서 다양성의 부재는 생존 문제로 바로 직결된다. 소규모 개방국가인 한국, 정확하게 말해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약소국이 살아갈 길은 남들보다 더 많은 생존술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지도자가 전문가들을 따돌리고 현실적 문제를 외면하면 나라 전체가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 문 대통령이 진영 논리만 고집하다 자기 기만적 실패로 빠져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조일훈 부국장 겸 산업부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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