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로 선회한 문재인 정부
정치권서 달아오르는 증세 논쟁
이상민 "정부 뼈깎는 구조조정 먼저 해야"
2야 "증세는 최후 수단…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국회 논의과정 난항 예고…내년 지방선거도 변수
[ 유승호 / 서정환 기자 ] 정치권에 증세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를 공론화하면서 당·정·청이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핀셋 증세’ 카드를 꺼내면서다. 여당인 민주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세금폭탄 공화국을 만들 것이냐”며 강하게 반대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최후 수단’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분위기 띄우기 이어가
추 대표는 21일 충북 청주시 호우 피해 지역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증세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 “확대 재정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세수 기반도 확보돼야 하는데 간접세로 하면 민생에 또다시 고통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유 있는 계층에서 같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초대기업(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초고소득자(5억원 초과 소득)를 대상으로 세금을 좀 더 내주시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에 나와 “초대기업이나 초고소득자는 세금히 굉장히 적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줄었다”며 “부자 감세를 정상화하는 논의를 이제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초고소득자와 일부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증세는 국민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기획재정부가 다음달 내놓을 세법 개정안에 증세안을 담을 것”이라며 “세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비용절감 노력 없이 증세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가진 낭비적 요소나 비효율적인 부분을 뼈를 깎는 각오로 실행해 보여주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증세)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반대, 2야 ‘신중’
한국당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100대 국정 과제가 증세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날림 공약임을 자인했다”며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동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한민국이 세금폭탄 공화국이 돼 모두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당내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박지원 전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00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법인세 인상 등 부자 증세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동철 원내대표는 “돈이 필요한데 없으니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증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고소득층과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국회 문턱 넘을까
각 당 주장이 엇갈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작년 정기국회에서도 법인세·소득세 인상을 추진했지만 한국당이 반대해 법인세는 올리지 못했고 소득세만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38%에서 40%로 높였다. 여야가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올릴 수 있지만 여야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도 정부·여당엔 부담이다. 여당이 ‘부자 증세’라는 점을 강조하는 점도 여론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유승호/서정환 기자 ush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