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취미의 컬래버레이션 열풍
[ 이유정 기자 ] 얼마전 서울 서초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비어요가 클래스. 볼이 발갛게 상기된 수강생들이 요가 동작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물잔이 아니라 술잔. 그 안에는 수제맥주 걸작 인디아페일에일(IPA)이 담겨 있었다. 수제맥주업체 바이젠하우스가 제조한 이 맥주는 홉 향이 강해 몸을 이완해주고 균형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게 강사의 설명이다.
맥주 홉의 향을 맡으면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홉의 향과 한 모금 들이켠 맥주가 온몸으로 퍼지면서 근육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수강생들은 맥주병을 이용해 ‘나무자세’ 등 다양한 동작을 하고 중간중간 마시기도 했다. 이 수업을 진행한 수제맥주 브랜드 생활맥주 관계자는 “클래스 재참여율이 46%에 달할 정도로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요가 하며 오감으로 맥주체험
맥주가 생활 속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비어요가가 ‘맥덕(맥주덕후, 맥주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가 하면, 책맥(책+맥주) 핑퐁맥(탁구+맥주) 등 맥주를 마시며 취미활동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생활맥주가 이 같은 트렌드를 겨냥해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비어요가 수업은 맥주 테이스팅 방법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명상을 통해 맥주 테이스팅을 위한 감각을 깨우고, 3~5가지 홉에 가미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는 호흡도 배운다. 비어요가는 2015년 독일 베를린 요가 강사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맥주와 요가 둘 다 심신의 긴장을 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난다는 게 생활맥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어요가 클래스에 참가한 직장인 박모씨는 “맥주로 몸의 온도가 올라가 운동효과가 큰 것 같고, 근육이 풀어지면서 난도가 높은 동작을 하기도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북카페도 늘고 있다. 상암점과 판교점을 운영하고 있는 동네서점 ‘북바이북’을 포함해 ‘초능력’ ‘비플러스’ ‘퇴근길 책 한잔’ ‘쉬바펍’ ‘꿈꾸는 옥탑’ ‘마돈나릴리’ 등 서울에만 10곳이 넘는다. 퇴근 후 집에서 책을 볼 때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하듯 서점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들 북카페의 콘셉트다. 북바이북은 ‘퇴근하는 직장인의 편안한 휴식처이자 여가생활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책을 선정하고 배열한다. 정기적으로 작가와의 만남, 라이브 공연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논현동에 사는 직장인 김지영 씨(36)는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일하느라, 친구들과 노느라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며 “집이 아닌 공간에서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며 책도 읽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진화하는 스포츠펍
스포츠와 맥주가 만난 스포츠펍을 즐겨 찾는 사람도 많다. 몇 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볼링펍은 일반 볼링장에 견줄 만큼 숫자가 늘어났다. 이 밖에 핑퐁펍(탁구+맥주) 다트펍(다트+맥주) 당구펍(당구+맥주) 사격펍(사격+맥주) 등 맥주와 ‘결합’하는 스포츠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 스포츠펍은 사이키 조명과 신나는 음악 등을 더해 일반 펍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활동적인 스포츠와 적당한 음주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매력에 회식 장소로 노래방 대신 볼링펍 등을 찾는 직장인이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제맥주 브랜드 더부스는 지난 22일 스포츠웨어 배럴과 손잡고 강원 양양 죽도해변에서 서핑을 하며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과도하지 않은 음주와 특별한 여가생활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맥주와 다양한 취미 간 컬래버레이션(조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적당한 도수와 부담스럽지 않은 맛으로 과거 ‘치맥(치킨+맥주)’ ‘피맥(피자+맥주)’ 등 다양한 조합을 유행시켜 왔다”며 “가벼운 음주와 취미생활을 함께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맥주와 취미활동의 컬래버레이션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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