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나서달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정치·경제·사회 현안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과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소위 ‘촛불단체’들은 정권 창출의 ‘빚’부터 빨리 갚으라고 요구한다. “시간을 달라”고 해도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등을 당장 실행하라고 압박한다. 게다가 특정직군의 애로, 특정지역의 갈등, 특정산업의 육성 등까지 대통령이 나서라는 요구가 쌓여간다. 국민신문고 격인 ‘광화문1번가’에 올라온 1만여 건의 정책 제안 중에도 대통령이 해결해달라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새 정부 초기인 만큼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문 대통령 특유의 ‘공감형 리더십’이 각계각층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 면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가적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고, 결과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지도자 역할이다. 일에는 경중(輕重)과 선후(先後)가 있다.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는 법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문 대통령 스스로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국민안전뿐 아니라 탈(脫)원전, 농업, 새만금, 전북, 해양수산, 올림픽, 성평등, 강릉 산불피해 등까지 직접 챙길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물론 강한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그에 비례해 국민의 기대와 요구의 폭도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결코 가벼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세세한 ‘디테일’까지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수록 실무 관료들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버스 사고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졸음운전방지장치 의무화 검토를 지시했지만, 대당 400만~500만원의 비용도 만만찮은 문제다. 차라리 교통사고 종합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더라면 더 현실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대입 전형료 인하까지 일일이 언급한 것도 대학 자율성 측면에선 적절하다고 보기 힘들다.
대통령이 다 할 수도 없고, 다 해결해줄 수도 없다. 그러길 원한다면 그야말로 만기친람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바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대통령은 민원 해결사가 아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