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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5.6% 올리면 공무원·대기업도 임금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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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판의 날'

PC방·편의점만 영향?
9급 1호봉 공무원 급여 2% 올려도 최저임금 못미쳐
성과급·상여금·수당 등 최저임금 산입 때 빠져

노동시장 왜곡 가능성
대기업 근로자가 더 혜택…인건비 부담 협력사 전가 우려



[ 심은지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무현 정부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임금 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PC방,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뿐 아니라 고연봉의 대기업 근로자에게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공무원을 고용하고 있는 정부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

9급 공무원도 최저임금 미달

14일 고용노동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새 정부의 목표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시급 6470원) 대비 15.6% 인상되면 정부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 급여는 시급 7276원으로, 처우개선 명목으로 급여를 2~3%가량 올려도 최저임금(7496원)보다 낮다.

현재 9급 1호봉은 기본급 월 139만5800원과 직급보조비 12만5000원을 받는다.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총 월급은 통상 200만원을 넘지만 최저임금법상의 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인사처 관계자는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에선 제외된다”며 “하지만 정부 스스로 ‘모범 고용주’가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최저임금법을 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결과에 따라 공무원 임금 조정 폭과 대상자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처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른 8·9급 공무원의 임금 조정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5% 미만일 경우 최저임금법엔 위반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2020년까지 연평균 15.6%를 올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인 만큼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마다 공무원 호봉도 끌어올려야 한다.

1만원 땐 근로자 43% 영향

대기업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최저임금법 위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대기업 A사의 생산직 근로자 초임은 연봉 4800만원을 웃돈다. 하지만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빼면 기본급은 138만원가량으로, 시급 기준 66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6470원보다 불과 2% 남짓 높다. 대기업 B사도 생산직 신입 근로자 연봉이 3820만원 수준이지만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기본급으로 환산하면 시급은 6520원에 그친다.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올리면 이들 대기업도 기본급을 대폭 올려야 한다.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까지 감안하면 임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최저임금 영향률(전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 근로자)은 43.2%(추정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절반 가까이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같이 임금이 올라야 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최저임금이 15.6%만 상승해도 최저임금 영향률은 23.3%에 달한다.

“임금 양극화 더 커질 것”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엔 상여금, 숙식비, 수당 등이 제외된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전체 급여에서 기본급 비중이 35%에 불과하기 때문에 많은 급여를 주고도 법 위반을 걱정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등은 숙식비, 상여금, 팁 등을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 경영계와 학계 등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고연봉 대기업 근로자가 최저임금 영향권에 들어서면 인건비 부담은 납품·협력업체에 전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대기업은 높은 협상력을 가진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을 막는 반면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저소득 근로자를 해고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만 가중시킨다”며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라면 근로소득장려제(EITC) 활용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최종석 노동전문위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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