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타격 줄 정보 있다"…러측 인사 메일 받은 뒤 회동
"성과 없어 아버지에겐 말 안해"…의혹 해명하려 올렸다가 역풍
민주당 "반역 행위" 거센 공세…트럼프 "미국 최대의 마녀사냥"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니(donny) 스캔들’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도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부를 때 쓰는 애칭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6월 대통령 선거기간에 러시아 인사들과 회동한 사실이 드러나 곤경에 처하자 11일(현지시간) 만남의 전후사정을 밝힐 이메일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그가 러시아 변호사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한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대리인(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복수의 이메일 대화 내용 전체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완벽하게 투명하기 위해”라는 공개 이유를 달았다. 미 언론과 민주당은 이메일을 통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트럼프 캠프가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반역행위’로 몰아붙였다.
지난 9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6월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타격을 줄 만한 정보를 받겠다는 약속 아래 러시아 정부 측 인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골드스톤은 지난해 6월3일 “아갈라로프가 전화를 걸어와 힐러리 그리고 힐러리와 러시아의 거래에 죄를 덮어씌울 수 있는 공식 문서와 정보를 제공할 러시아 정부 변호사가 있으니 당신과 만나도록 주선하라고 했다”며 “이것은 당신의 아버지(도널드 트럼프)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분명히 매우 민감한 고급 정보지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그 말이 맞는다면 이번 여름에 (만나는 게) 좋겠다”며 “다음주 내가 돌아와서 전화로 먼저 얘기해도 되겠느냐”고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1주일 뒤인 지난해 6월9일 러시아 변호사인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를 만났다. 당시 만남엔 트럼프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인 폴 매너포트와 매제인 재러드 쿠슈너도 동석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1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당시 만남과 관련해 “기대한 회동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들어온 모든 이야기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을 수 있어 듣고 싶었으나 성과가 없었다”며 “만남 자체에 대해 아버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베셀니츠카야도 이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러시아 정부와는 관련 없는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나는 러시아 아동 입양금지법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했지만 그는 다른 얘길 듣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들이 지난밤 (폭스뉴스에 출연해) 잘했다. 그는 숨기는 게 없이 투명하고 결백하다”며 “이번 일은 미 정치 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올렸다.
그러나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게 (러시아 스캔들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법적인 ‘게임 체인저(국면을 바꾸는 결정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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