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25시
[ 정소람 기자 ] 유럽계 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CS) 출신 뱅커들이 다른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 대표로 잇달아 선임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기업 간 대형 거래를 자문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CS가 국내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IB업계에 따르면 임병일 전 CS 공동 지점장(왼쪽)은 전날 또 다른 유럽계 증권사인 UBS의 서울지점 대표 겸 IB부문 대표로 선임됐다. 외국계에서 흔히 ‘컨트리헤드(country head)’라고 불리는 한국 총괄 대표 직위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 지분을 갖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뱅커로서 영예로운 자리”라고 소개했다.
CS가 다른 외국계 증권사의 컨트리헤드를 배출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박승구 당시 CS 서울지점장이 메릴린치 한국 대표(가운데)로 옮기며 ‘컨트리헤드’ 타이틀을 얻었다. 박 대표는 1997년 CS에 합류해 하이닉스 매각을 성사시키는 등 대형 거래를 자문했다. 2013년 라자드 한국 대표 자리에 오른 권영범 대표(오른쪽)도 CS에서 활약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아시아 인수합병(M&A) 총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윤(존킴) 대표도 CS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전직 중에는 최석윤 전 골드만삭스 공동대표, 박성우 전 노무라증권 대표, 한동권 전 바클레이즈 대표, 마이크 주 전 메릴린치 대표 등이 모두 CS 출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CS가 국내외 대형 M&A 거래 자문을 많이 따내면서 업무 성과를 놓고 경쟁하는 내부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CS 출신들은 외부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S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920억3000만원을 올렸다. 순이익 기준으로 외국계에서 최상위권 성적이다.
한편 CS는 이날 이경인 서울지점장을 IB부문 대표로 선임했다. 2002년 이천기 대표 취임 이후 별도의 IB부문 대표를 뽑은 것은 처음이다. 이 지점장은 지난해 말 국내 최연소로 외국계 증권사 최고 직책인 매니징디렉터(MD)에 오르며 공동 지점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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