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총선 공약집 마련
최고 소득세율 과세기준 높여 150억유로 소득세 부담 덜고
주택공급·양육비 지원 확대…실업률 3% 이하로 줄이기로
집권당 지지율 40%로 '청신호'
[ 추가영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9월 총선 승리에 쐐기를 박기 위해 완전 고용과 감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독일 국민의 소득세 부담을 150억유로(약 19조원) 줄이고 1990년 통일 때 도입한 ‘통일연대세’도 없앤다.
이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 2025년까지 실업률 3%대의 완전 고용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메르켈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해 4연임에 성공하면 정치적 스승인 헬무트 콜 전 총리의 16년 총리직 수행 최장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중산층 공략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연합은 3일(현지시간) 총선 강령을 확정하고, 2025년까지 완전 고용을 달성하고 납세자의 소득세 부담을 150억유로 정도 줄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먼저 현재 5.5%인 실업률을 3% 이하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독일에서 3%대 실업률은 완전 고용 상태를 의미한다고 경제학자들은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의 미래 프로젝트는 ‘모두를 위한 번영과 안전’”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민당 소속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150억유로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고 소득세율(42%)을 적용받는 과표구간을 현행 연간 5만4000유로 이상에서 6만유로 이상으로 높이는 등 세제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민당과 기사당은 옛 동독 지역 발전 등을 위해 1990년 통일 이후 도입한 통일연대세(소득세의 5.5%를 추가 부담)를 2020년부터 점차 폐지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통일연대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시한은 정하지 않았다.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점차 없앴다는 게 종전 입장이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 이번 공약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양당은 소득세 감면에 더해 유자녀 가정엔 추가적인 세금 공제를 약속했다. 양육보조금도 현재 매달 192유로에서 217유로로 올리기로 했다.
또 차기 정부 집권기 4년 동안 신규 주택 150만 가구를 공급하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목돈을 써야 하는 젊은 층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녀 한 명당 연간 1200유로를 10년간 지급하는 제도도 추진하기로 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독일의 출산 장려 정책이다.
◆중도좌파 사민당 견제
메르켈 총리의 공약은 지난 3월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강력한 맞수로 떠오른 마르틴 슐츠 지지 세력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란 것이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의 분석이다.
사민당은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과표구간을 6만달러(기민당-기사당 연합 공약)가 아니라 7만6000유로로 올리고, 최고 세율을 42%에서 45%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23만2000유로 이상 소득을 올리는 ‘슈퍼리치’에게만 45%의 세율을 새로 적용해야 한다는 기민당의 주장보다 최고 세율 적용 구간을 넓게 잡은 것이다. 슐츠 대표는 메르켈 총리의 공약에 대해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가 없는 비겁한 프로그램”이라고 혹평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독일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나 난민 수용 정책이 빠져서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국내 유권자를 겨냥한 선거 공약이지만 유로존 경제 균형을 위해 독일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줄이자는 제안은 빠졌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지난해 2529억유로에 달하는 역대 최대 무역흑자를 이뤄냈다. 국내총생산(GDP)의 8.1%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독일은 재정흑자 규모도 크다. 지난해 통합재정 흑자 규모는 1990년 통일 이후 최고 수준인 237억유로를 기록했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당은 최근 여론 조사에서 40% 이상 지지율로 사민당(23%)을 압도하고 있다. 4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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