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롯데몰 계획 보류
계열사 매장 강점 달라 "통합 시너지 크지 않다"
배송·결제·포인트는 통합
온라인몰서 구입한 상품, 롯데 모든 매장에서 찾아
[ 안재광 기자 ] 롯데닷컴, 엘롯데(롯데백화점), 롯데아이몰(롯데홈쇼핑), 롯데마트몰, 롯데하이마트몰, 롯데슈퍼몰, 롯데인터넷면세점.
롯데그룹에 속한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몰만 7개나 있다. 경쟁사인 신세계가 백화점, 마트 등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쓱닷컴’ 하나만 둔 것과 다르다. 롯데는 2년 전 그룹 내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온라인몰 통합을 검토했다. 쓱닷컴에 대응하는 ‘롯데몰’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최근 포기했다. ‘합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각자의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체제로 가겠다”고 말했다. 통합이라는 흐름에 반대로 가는 역발상 전략이다.
◆7개 온라인몰 각자 경쟁
롯데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롯데 내 7개 온라인몰을 합하면 연 매출은 8조원 정도 된다. 이를 하나의 온라인몰로 합치면 기존 매출이 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롯데는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3이 된다는 확신이 서야 통합이 가능한데, 2도 안 될 수 있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롯데 특유의 신중함이 온라인 사업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각 온라인몰의 강점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했다. 롯데닷컴은 패션과 뷰티 분야 상품이 많이 팔리고 소비자 연령층도 20~30대가 많다. 롯데마트몰은 채소, 축산물, 과일 등 신선식품 위주고 빠른 배송이 장점이다. 롯데하이마트는 대형 가전제품에 특화돼 있다. 각자가 잘하는 영역에서 스스로 온라인 역량을 높이는 게 통합하는 것보다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를 설치하는 등 각 계열사는 온라인 분야 투자를 확대 중이다.
각 유통 계열사 간 경쟁도 작용했다. 온라인 시장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온라인몰을 통합해 한 곳으로 매출을 몰아주면 나머지 계열사는 그만큼 온라인 매출이 빠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통해 매출 대부분을 거두는 신세계와 다양한 채널을 갖고 있는 롯데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경쟁력 최대한 활용
롯데는 소비자들이 처음 찾는 각 온라인몰은 그대로 열어 두고 배송·마케팅·결제·포인트 적립 등 내부적인 기능은 통합하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 최근 유통 BU 차원에서 온라인 분야 통합 공채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의 간편결제 엘페이에 대한 통합 작업도 최근 완료했다. 적립된 포인트를 롯데 유통 계열사 내 어디서든 쓸 수 있게 했다. 온라인에서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편리한 결제와 포인트 활용이란 판단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 강점을 온라인몰에서 최대한 살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스마트픽’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롯데 각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상품을 계열사 오프라인 매장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롯데닷컴에서 구입한 뒤 세븐일레븐에서 찾는 식이다. 유통 채널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롯데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 한 유통계열사 사장은 “롯데가 쿠팡 등 소셜 커머스나 11번가 등 오픈마켓처럼 하는 게 답은 아닌 것 같다”며 “오프라인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온라인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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