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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거점 국립대 연합체계'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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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지향해도 엘리트양성 방안 따로 만들고
사립대는 지원 없애되 완전한 자율 부여
서울대의 연합체 참여여부 신중히 고려해야

김성도 < 고려대 교수·언어학 >



대선 공약의 일환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거점 국립대 연합체계’ 구축 계획은 국립대의 구조조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 전체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차대한 현안이다. 국립대 간 연합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하고 학생 공동 선발과 학위 수여는 물론 연구와 인프라 등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기본 골자다.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아 국립대의 전체적 수준을 향상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구체적 실체가 없는 이 밑그림에 대해 서울대 총장을 비롯 여러 논객이 실현 가능성과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부정적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방안의 모델로 많이 언급되는 프랑스 고등교육 시스템을 실정이 전혀 다른 한국 대학 모델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도 여러 매체에서 피력했다.

이들 비판 가운데는 프랑스 국립대학 자체가 평준화된 대학과 더불어 사실상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해온 각 분야의 최고 엘리트를 양성하는 그랑제콜(grandes coles)로 이원화됐다는 사실을 내세워 철저한 엘리트주의가 프랑스 고등교육 기관의 중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섣부른 프랑스식 모델 이식을 남쪽 귤나무가 북쪽에서 탱자나무로 변하는 꼴에 비유한다. 일부 논객은 평등주의로 인해 모두에게 개방된 프랑스 대학에서 노정되는 국제 경쟁력 저하와 교육 환경 악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랑스 대학의 암울한 현실을 들어 거점 국립대 연합체계 방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흑묘백묘(黑猫白猫)라 할까.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 기관의 총체적 재설계를 하는 데 우리가 참고해야 할 모델은 프랑스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선진 대학 제도의 모든 장점과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고차 방정식 문제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보다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전체론적 시각이 필요하며, 단기간의 기능적 접근법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 대학 교육 개혁에서 평등 실현과 엘리트 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아니면 어느 하나의 원칙에 ‘올인’할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

만약 대학 서열화를 지양하고 대학 문호를 개방해 평등주의를 실현할 경우 과학분야는 물론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어떻게 배출할 것인지에 대한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프랑스 대학에서 언급됐듯, 대학의 획일적 평등화를 실현하게 되면 대학 수준의 전반적 하향화 등 그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건전한 경쟁과 능력, 실력에 기반을 둔 선택과 집중 지원 대신 무모한 평준화가 가져올 한국 대학 수준의 전반적 하락은 국가 미래의 파국이라는 점에서 결코 일개 정권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현안이 아니다.

이 난해한 고차 방정식을 풀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매개 변수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대학 평등화 모델을 추구할 경우 엘리트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둘째, 거점 국립대 연합이 실현될 경우 또 다른 서열화와 소외된 대학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다. 거점 국립대 연합체계의 관심 밖에 놓일 지방 사립대가 입을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는 물론 기존 대학 서열화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명문 대학의 불만을 비롯해 결국 현재의 방안은 서열화 수혜 대상자를 교체하는 것에 불과할 소지가 적지 않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국립대와 사립대의 이원적 시스템에 대한 국가 차원의 합리적 원칙을 총체적으로 재수립해야 한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은 국립대와 사립대의 이원 체계에서 이번 연합체를 계기로 사립대는 일절 국가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 선발, 정원, 교육 내용 등에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셋째, 거점 국립대 연합의 멤버로서 서울대가 참여할 것인지 여부가 될 것이다. 우수 인재와 국가의 압도적 재정 지원 등 한국 사회에서 온갖 종류의 상징자본을 누리는 서울대의 독과점 체제를 현상 유지할지, 아니면 서울대가 이 연합체에 소속해 국립대 전체의 수준을 제고하는 데 동참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김성도 < 고려대 교수·언어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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