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상압박 막아라"…셰일가스 수입 '선물 보따리' 푸는 SK
SK E&S, 정상회담 맞춰 미국 콘티넨털과 개발 MOU
2019년부터 20년간 셰일가스 220만t 수입키로
[ 고재연 / 김보형 기자 ] SK그룹이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미국 최대 셰일오일·가스 생산업체인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셰일가스전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거센 통상 압박을 누그러뜨릴 ‘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27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은 이달 말 미국에서 콘티넨털리소시스 측과 셰일가스전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다. 콘티넨털리소시스는 ‘미국 에너지업계의 대부’라 불리는 헤럴드 햄 회장이 세운 셰일오일·가스 생산업체다.
헤럴드 햄 회장이 지난 12일 한국을 방문해 최태원 회장을 만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햄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컨설팅하고 있다.
SK그룹의 액화천연가스(LNG) 전문 계열사인 SK E&S는 2014년 9월부터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오클라호마주 북동부 우드퍼드 셰일가스전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SK 측이 우드퍼드 셰일가스전 지분 49.9%를 3억6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3788억원)에 인수했다. SK는 이번 양해각서(MOU)를 통해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추가적인 셰일가스전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 E&S가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셰일가스 개발부터 수입·발전까지 LNG 관련 사업을 수직계열화했기 때문이다.
2013년 약 6조원을 들여 미국 휴스턴 인근 프리포트 LNG 터미널 이용권을 따낸 데 이어 이듬해 9월 미국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 셰일가스전 지분 49.9%를 사들였다. 이를 통해 확보한 셰일가스 매장량만 3800만t에 달한다. SK E&S는 올해 1월 6만6000t의 셰일가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뒤 2019년부터 20년간 220만t 규모의 셰일가스를 들여오기로 했다.
미국 내 파이프라인을 통해 셰일가스를 프리포트 터미널로 옮겨온 뒤 LNG 운반선으로 한국에 들여온다.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셰일가스는 이 회사가 지분을 가진 충남 보령 LNG 기지를 거쳐 자회사인 파주에너지서비스가 운영하는 경기 파주 LNG발전소에 연료로 공급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유가에 연동되는 중동 지역 천연가스 대신 셰일가스 도입 비중을 늘릴 경우 경제성 확보가 가능해진다”며 “카타르 등 중동에 치우친 도입처가 다변화되는 만큼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LNG 발전소·플랜트 등에 관련한 사업을 공동 진행하기 위한 MOU도 체결한다. SK가 발전소와 플랜트 건설·운영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GE는 자금과 관련 설비 공급을 담당한다.
방미 경제인단에 처음 포함된 중견 건설회사인 (주)한양의 이기승 회장이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과 함께 국내 투자 유치에 나서 눈길을 끈다. 이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미국 LNG업체인 델핀사와 20년간 셰일가스를 연간 150만t 수입하는 내용의 주요 요건 합의서(HOA)를 체결한다. 대신 델핀사는 한양이 전남 여수 묘도(312만9000㎡)에 추진 중인 ‘동북아 LNG 허브터미널’ 사업에 지분을 투자한다. 동북아 지역에 거래시장과 저장시설을 갖춘 LNG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보형/고재연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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