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형진 기자 ]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안모씨는 최근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서 분양한 A오피스텔에 청약해 두 채가 당첨됐지만 웃지 못했다. 오피스텔도 전매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분양권을 팔 때 두 채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 팔 수 없고 한 사람에게 일괄 매매해야 하는 법령이 존재한다는 게 시행사의 설명이었다. 전매차익을 노리던 안씨는 당첨된 두 채 가운데 한 채만 계약하기로 했다.
‘6·19 부동산 대책’ 이후 오피스텔이 아파트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분양시장을 달구고 있다. 하지만 전매가 자유롭다고 알려진 오피스텔 상품도 규제가 존재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은 오피스텔의 사용 승인이 나기 전까지 두 명 이상에게 전매하거나 이를 알선해서는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씨가 두 채를 모두 계약한 뒤 분양권을 팔 경우 B씨와 C씨에게 한 채씩 나눠 팔 수 없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두 채를 모두 넘기거나 한 채는 자신이 갖고 나머지 한 채를 전매해야 한다. 사실상 분양받은 오피스텔 수와 상관없이 전매가 한 차례만 가능한 셈이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 4월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광교컨벤션 꿈에그린’은 오피스텔 전매제한의 직격탄을 맞은 단지로 꼽힌다. 여러 채를 분양받아 전매차익을 남기려던 당첨자들이 일괄전매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계약을 속속 포기했기 때문이다. 청약 경쟁률 86.79 대 1을 기록해 조기 완판 전망이 나왔던 이 오피스텔은 결국 선착순 분양까지 간 끝에 지난달 말 계약이 완료됐다.
아파트 청약조정대상지역이 확대되고 서울 전 지역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면서 오피스텔의 풍선효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이달 분양한 ‘힐스테이트미사역’은 9만 건이 넘는 청약이 몰리며 당첨자 발표가 한 차례 연기됐다. 6·19 대책 직후 청약접수를 한 ‘한강메트로자이’ 오피스텔 경쟁률은 25 대 1을 기록했다. 같은 단지 아파트 경쟁률(7 대 1)보다 높다.
하지만 임대수익이 아니라 전매차익을 염두에 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중복 당첨이 허용되는 등 ‘규제 무풍지대’로 알려진 탓에 전매제한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강우천 고덕센트럴푸르지오 분양소장은 “계약 때가 돼서야 오피스텔에도 전매 규제가 있다는 걸 아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며 “일부 은행은 중도금 대출에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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