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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 실험실' 아마존 또 일냈다…옷 입어본 뒤 구매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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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않고 여러 벌 주문 가능
배송 때 '반송 상자'도 함께 보내
실제로 입어보고 살지 말지 결정

'직격탄' 맞은 유통업계
"오프라인서 쇼핑할 필요 없다"
대형 백화점 주가 줄줄이 급락
손 대는 사업마다 관련업계 초토화



[ 이상은 기자 ] “집에서 옷을 입어보고 사세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옷이나 구두, 액세서리, 가방 등을 공짜로 배송받아 입어보고 반품할 수 있게 하는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프라임 회원을 위한 옷장)’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난 16일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를 137억달러(약 15조67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해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등 식료품 유통업체 주가를 폭락시켰던 아마존은 불과 나흘 만에 노드스트롬, JC페니 등 의류·유통업체 주가를 떨어뜨리는 힘을 발휘했다. 혁신적 정보기술(IT) 업체 하나가 유통업계 전체를 뒤흔드는 형국이다.


◆온라인 쇼핑 걸림돌 제거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사기를 꺼리는 물건은 대개 정해져 있다. 상품이 균질하지 않거나 개인마다 만족도가 다른 경우다. 신선식품은 전자이고, 옷이나 구두 등은 후자다. 사진과 설명만 보고 물건을 샀다가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닐까봐 또는 교환·환불이 어려울까봐 걱정해서다.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집에서 옷 등을 입어보고 나서 마음에 드는 상품만 구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마존 패션 코너에서 ‘프라임 워드로브’ 표시가 들어간 100만여 개 상품 중 3개 이상(최대 15개) 골라 배송 신청을 하면, 공짜로 물건이 집으로 온다. 7일 동안 입어볼 수 있다. 여성·남성·아동·영유아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하나도 안 사고 반송 딱지만 박스에 붙여 집 앞에 내놓아도 아마존이 무료로 회수한다. 소비자는 따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면 그것만 결제하고 나머지만 배송박스에 다시 넣으면 된다. 반품하지 않은 옷만 추후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이런 무료 시착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와비파커(온라인 안경 유통업체), 스티치픽스(의류 유통업체) 등이 있지만 와비파커는 취급 상품이 다르고 스티치픽스는 착용비 20달러를 내야 한다.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에도 숨겨진 비용이 있다. 연 99달러(약 11만3000원)나 월 10.99달러(약 1만2500원) 회비를 내고 프라임 회원이 돼야 한다. 컨슈머인텔리전스 리서치파트너스는 지난 4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약 8000만 명, 이들의 평균 구매액은 연간 1300달러라고 추정했다.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는 아직 베타테스트 상태다. 정식 서비스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조만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의류업계 주가 급락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를 발표할 당시 미국 식료품 유통업계 시가총액은 하루 새 290억달러(약 33조1600억원) 증발했다.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를 공개하자 이번엔 백화점과 패션업체 주가가 줄줄이 폭락했다. 굳이 오프라인에서 쇼핑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 백화점 딜라즈와 JC페니 주가는 이날 하루 각각 5.27%, 5.17% 떨어졌다. 노드스트롬은 3.95%, 메이시스는 2.69% 미끄러졌다. 의류업체 아메리칸 이글은 4.23%, 갭은 3.91% 하락했다. 홀푸드 인수로 급상승한 아마존 주가(-0.26%)는 큰 변동이 없었다.

테크크런치 등 IT 전문 매체들은 아마존의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가 4월 말 선보인 인공지능(AI) ‘에코 룩(Echo Look)’ 서비스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에코 룩은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에 달린 카메라로 소비자가 입은 옷을 촬영해서 점수로 표현해 주는 기능이다. 프라임 워드로브로 배달받은 옷을 집에서 입어본 다음 에코 룩 점수가 높은 것만 사고 나머지는 반품하는 식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점원의 역할을 에코가 대신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의 걸림돌을 제거해 가는 특유의 전략을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아마존이 올 연말까지 미국 내 최대 의류 유통업체로 등극할 것’이라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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