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재정비 나선 로펌들
김앤장, 도산팀 재편해 대응
광장, 기업구조조정그룹 확대
세종, 세미나 통해 전문성 강화바른·화우도 전문가 적극 영입
[ 이상엽/김주완 기자 ]
지난 3월 법조계와 금융업계, 산업계에서는 사전회생계획제도(프리패키지플랜·일명 P플랜)가 큰 관심사였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이해당사자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법원을 통해 P플랜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자율적인 채무조정에 합의하면서 P플랜을 활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기업 구조조정 덕분에 P플랜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P플랜 간담회가 열린 3월29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금융감독당국과 주요 은행, 대형 로펌 및 회계법인 등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작년 8월 도입된 P플랜 활성화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올해 3월 서울회생법원 출범으로 회생, 파산 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덕분이다. 지난달 27일에는 한국도산법학회와 도산법연구회가 서울회생법원과 함께 채무자 회생 방안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개인 파산과 기업 회생 등을 다루는 조직을 재정비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P플랜 ‘열공’하는 로펌
회생 및 파산 부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P플랜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한 방법인 P플랜은 채무 조정과 워크아웃을 혼합한 형태다. 회생절차 이전에 채무자가 미리 인수 예정자를 결정하고 투자계획 등을 반영해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회생계획안을 짜놓은 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때문에 2~3개월 안에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로펌업계는 P플랜을 비롯해 회생과 파산 분야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환영하고 있다. 회생 의지만 있으면 채무자도 얼마든지 초안을 짤 수 있는 P플랜은 로펌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떠올랐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는 일부 중견기업이 P플랜에 관해 문의하고 있다”며 “회생법원 개원으로 경영계에서 P플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
주요 로펌은 ‘뉴스레터’를 작성하며 잠재 고객에게 각자의 전문성을 홍보하고 있다. 김앤장은 회생법원 전신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판사 출신 변호사와 국책은행에서 워크아웃을 담당한 금융전문위원을 중심으로 도산팀을 새로 짜고 있다. 법원의 실무 운용 방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연구하고 미국 일본 등 외국 법제도 참고하고 있다. 광장은 지난해 말부터 기존 도산팀을 M&A, 인수금융까지 포괄하는 ‘기업구조조정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있다. 또 워크아웃 등 법정 도산절차 이전 단계부터 사전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의정부 경전철 파산사건을 맡았다.
세종은 한국도산법학회장을 지낸 이영구 변호사를 주축으로 사내 세미나를 통해 전문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최복기 세종 변호사는 “법인도산팀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적으로 송무에 강점을 지닌 바른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도산제도개선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낸 조동현 변호사를 영입해 도산과 관련한 자문 역량 강화에 나섰다. 화우는 수원지방법원 파산부 판사 출신인 이준상 변호사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회생법원 출범으로 변호사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졌다”며 “의뢰인이 새롭게 달라지는 제도에 당황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평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법인파산관재인을 맡아 여러 기업의 청산작업을 수행한 권순철 변호사가 전문가다.
◆‘허브 코트’로 떠오른 회생법원
회생, 파산 등에 법조계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3월2일 출범한 서울회생법원의 영향이 크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3개월 동안 업무와 제도 안정화에 주력했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자평하고 있다”며 “회생과 관련한 ‘허브 법원’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행정부, 공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서두를 방침이다. 회생법원은 4월에는 고용노동부와 개인 채무자의 실질적 재기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법원 안에 ‘뉴스타트 상담센터’를 열고 개인 회생과 파산 무료상담 서비스도 시작했다. 같은 달에는 ‘대한민국, 패자부활전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1회 워킹런치도 열었다. 워킹런치는 서울회생법원 소속 법관을 대상으로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한 비공개 강연이다. 강연자와 법관들이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다. 법관 전문성과 외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강연자는 이세정 아시아경제 고문이었다. 이 고문은 아시아경제 대표이자 ‘법률상 관리인’으로 회생절차를 이끈 경험을 법관들과 공유했다. 회생법원은 오는 9월에는 미국 일본 등의 해외 법관을 초청해 첫 국제 규모 도산 콘퍼런스도 열 예정이다. 이경춘 회생법원장은 “한국을 도산 분야 국제 허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엽/김주완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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