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직접 한국은행 찾아
배석자 없이 1시간 오찬
부동산·가계부채 문제 등 국내외 현안 의견 교환
"수시로 만나 소통할 것"
[ 김은정 기자 ]
국내 거시경제 양대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머리를 맞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과 급증한 가계부채 등 국내외 경제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경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다”며 재정·통화정책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13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을 방문했다. 김 부총리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부탁을 위해 전날 국회를 방문한 뒤 두 번째 일정으로 선택한 곳이 한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재정·통화당국 수장 간 만남이다. 부총리가 직접 한은을 찾은 건 2014년 현오석 전 부총리 이후 3년 만이다.
교통 혼잡으로 당초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김 부총리는 “인사드리러 왔다”며 악수를 청했고 이 총재는 “반갑다”며 두 손을 잡았다. ‘노타이’ 차림의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던 김 부총리와 한은에서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를 맡았던 이 총재는 이미 ‘업무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더덕구이와 갈치구이 등이 나오는 3만원짜리 한식 백반으로 배석자 없이 한 시간가량 오찬을 함께했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과 정부의 일자리 추경, 경제 전망, Fed의 추가 정책금리 인상 후 국내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등에 대한 얘기를 집중적으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다음으로 한은을 찾은 건 그만큼 한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데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과의 소통을 위해 수시로 이 총재를 만나겠다”고도 했다.
이 총재도 “가계부채, 청년실업, 노동시장에 산적한 여러 구조적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하나씩 해결하면 좋겠다”며 “한은도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제 흐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적절한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Fed의 추가 정책금리 인상, 녹록지 않은 통상 환경, 급증한 가계부채,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등을 경제 현안으로 꼽았다.
지난 12일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이 더 뚜렷이 개선되면 통화정책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선 “당장 긴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한은이 6년 만에 돈줄을 죌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있는 걸 의식해서다. 이 총재는 “정책금리를 몇 차례 올린 재닛 옐런 Fed 의장도 금리가 경기를 지지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며 “경기 흐름을 도외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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