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투자 유치금액 상위 3개사 비교
실적 안좋아도 성장성·시장성 '주목' 받아
최근 숙박 예약 서비스 업체 '야놀자'가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쾌거를 거뒀다. 돈줄이 말라있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업계에 모처럼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스타트업이 5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은 지난해 12월 '미미박스' 이후 반년 만이다.
지난해 투자 유치금액 상위 3개 스타트업은 미미박스(1430억원)와 우아한형제들(570억원), 레진엔터테인먼트(500억원)였다. 2015년에는 쏘카(650억원), 직방(590억원), 옐로모바일(560억원) 순이었다.
스타트업 열풍이 한풀 꺾인 요즘에도 여전히 '대박' 투자금을 확보한 이들 회사의 비결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회사들이지만 이들끼리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적자라도 괜찮아…실적보다 '성장성'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실적'보다 '성장성'으로 투자사의 눈길을 끌었다는 점이다. 당장은 적자를 내고 있더라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예컨대 2015년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쏘카는 같은해 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세 배나 커져 영업손실이 212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외형 성장세는 뚜렷했다. 2012년 카셰어링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3000명에 그쳤던 회원수가 2015년 투자 유치 당시 130만명에 달했다. 운영 차량수도 100대에서 3200여대로 늘어난 상태였다. 현재 회원수와 차량수는 각각 210만명, 650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유일하게 1000억원대 투자금을 받은 미미박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손실은 2015년 139억원에서 지난해 387억원으로 169% 늘어났다. 반면 매출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1년 설립 후 6년 동안 연매출은 평균 300%씩 성장했다.
우아한형제들과 레진엔터테인먼트, 직방도 그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간신히 성공했을 뿐이다.
특히 국내 1위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창업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수년간 적자를 냈어도 이용자수와 거래액 등 주요 지표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입증해왔다는 분석이다.
최근 투자를 유치한 야놀자 역시 지난해 적자폭이 줄긴했지만 여전히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5억원으로 집계됐다.
◆혁신 서비스로 새 시장 창출…선점 여부도 중요
자금이 들어오는 스타트업의 또다른 공통점은 업계 1위라는 것이다. 시장을 연 선두주자이든, 한 발 늦은 후발주자이든 투자 유치 시점에는 모두 업계 1위에 올라있다. 업계의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시장을 얼마나 선점한 상태인지도 평가 요소가 되는 것이다.
야놀자(숙박 예약)와 우아한형제들(배달), 레진엔터테인먼트(웹툰 전문 플랫폼), 쏘카(카셰어링), 직방(부동산 정보)은 각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부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전에 없던 시장을 창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화장품 정기 배달 서비스를 선보인 미미박스와 국내 최초 유료 웹툰 플랫폼을 내놓은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2012년 설립된 미미박스는 당시 화장품 업체의 견본품을 모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다. 월 이용료를 내면 화장품을 잡지 정기구독처럼 받아보는 서비스였다.
2015년부터는 '아임미미' 같은 자체 브랜드 화장품을 제조·유통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모은 고객 데이터를 화장품 제조사에 연결시켜 주는 또다른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출시했다. 당시 포털 중심의 웹툰 업계에 유료 모델을 본격 도입하면서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매출은 390억원으로, 웹툰 전문 플랫폼 중 1위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05년 모텔 예약 서비스를 시작한 야놀자는 2011년 앱을 출시하고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 호텔 브랜드를 도입했다. 직방 역시 2012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첫 부동산 중개 앱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업계의 시장성과 적합한 팀 구성 여부 등이 중요하다"며 "시장성이 없더라도 대기업이나 다른 업체가 쉽게 들어오기 힘들 만큼 경쟁력이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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