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쟁 / 남윤선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35쪽 / 1만5000원
[ 심성미 기자 ] 삼성전자에 올 2분기는 특별하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모두 처음으로 경쟁사인 애플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 14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역대 최대치다. 갤럭시 스마트폰이 잘 팔렸기 때문일까. 아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견인한 것은 메모리반도체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반도체 산업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사용하며 엄청난 정보를 쏟아내고 받아들인다.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가두는 저장고 역할을 하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는 과점체제인 반도체산업은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산업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 중국이 뛰어들었다.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붓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을 결집해 한국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반도체 전쟁》은 중국이 어떻게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을 육성해 한국의 자리를 뺏으려 하는지 면밀히 분석한 책이다.
연간 3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반도체 수입, 일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 내 정치적 상황 등으로 중국은 반도체산업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에는 반도체 부품과 소재부터 스마트폰 등 반도체가 쓰이는 완제품까지 각 분야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들에게 국가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국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기금(빅펀드)’은 수백조원의 예산을 휘두르며 세계 반도체 업체를 인수합병(M&A)하고 있다. 단시간에 부족한 기술력을 메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는 나쁘지 않지만 산업의 뿌리는 썩어가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을 매년 줄이고 있다. 연구 자금이 부족해 실험 장비를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는 대학이 부지기수다. 지원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학생들도 반도체를 전공으로 삼기 꺼리면서 연구원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게 교수들의 하소연이다. 반도체산업을 보호하고 키우자는 제안도 가끔 나오지만 “왜 대기업을 도와야 하느냐”는 국회의 냉소 섞인 대답만 들어야 하는 현실이라고 저자들은 전한다.
저자들은 “이대로는 한국 1위 산업인 반도체를 중국에 내주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추격자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고 반도체를 한국의 장기적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선 △중국과 연구개발 협력 관계를 맺는 한편 △시스템반도체 분야 역량을 강화하고 △반도체 생산 장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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