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에 지장 없게 조절…환경단체 "녹조 제거엔 역부족"
1단계로 수위 1m안팎 낮춰…농번기 끝난 후 2단계 개방
[ 오형주/심은지/조미현 기자 ]
다음달 1일부터 4대강 16개 대형보 중 6개가 상시적으로 수문을 연다. 다만 심각한 가뭄을 고려해 개방 수위는 농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조절한다.
정부는 29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다음달 1일 오후 2시부터 낙동강 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 보를 상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4대강 보는 그동안 물 흐름을 막아 녹조 등 수질 악화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녹조가 심한 보 중 개방해도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적은 보 6개를 우선 개방하기로 했다. 현장조사와 인근 주민, 지방자치단체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개방 수준을 확정했다.
이번 1단계 개방 수준은 농업용 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양수 제약수위’로 정했다. 이에 따라 6개 보의 수위는 현재보다 0.2(창녕함안보·공주보)~1.25(강정고령보)m 정도 낮아진다.
정부는 농업용수 공급을 마친 뒤 1단계 개방 결과를 분석해 6개 보의 수위를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지하수 제약수위)으로 더 낮추는 2단계 개방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보 개방 수위를 보수적으로 정한 데는 올 들어 악화된 가뭄 상황이 고려됐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먼저 개방되는 6개 보는 농번기를 감안해 농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 27일까지 전국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161.1㎜로 평년(292.7㎜)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6~8월 강수량 역시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전국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61%로 평년(75%)보다 낮다.
특히 충남 서부지역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상황이 심각하다. 보령댐은 이미 지난 3월25일 ‘경계’ 단계에 이르러 금강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다음달 말 ‘심각’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계에선 “한창 모내기가 시작돼 물이 많이 필요한 시점에 4대강 보를 개방해 수위를 낮추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정부 대책이 녹조를 제거하는 데 역부족이라며 4대강 전체 보의 전면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소극적인 방류만으로는 수질 개선 효과가 매우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가뭄대책도 추가로 내놨다. 국민안전처는 경기 남부와 충남 서부 지역의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특별교부세 7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가뭄대책비 93억원 추가 지원과 예비비 지원 등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타들어가는 농심과 함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가뭄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봉책에 그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오형주/심은지/조미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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