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형아파트 10억 시대
서울·수도권 호재지역 중심 아파트 값 들썩
초과이익환수제 피한 단지에 수요 몰려
둔촌주공 반년새 2억 급등 10억원 호가
한강변 서초·마포 새 아파트 1년새 3억↑
[ 이정선 / 윤아영 / 설지연 기자 ]
“한강변 구현대1차 전용면적 197㎡를 37억원에 계약하려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났는데, 계약서를 앞에 놓고 앉은 자리에서 집주인이 3000만원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해 계약서를 다시 썼어요. 2~3주 만에 실거래가가 1억원 이상 오른 것 같습니다.”(서울 압구정동 김종도 연세공인 대표)
대통령선거 이후 서울 인기 주거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강남·북 인기 주거지역 새 아파트(분양권 포함)의 호가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에 부활하면 재건축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강북 뉴타운 개발도 마무리 단계”라며 “유일한 신규 공급 수단인 도시정비사업이 줄면 아파트 ‘공급절벽’ 현상이 빚어질 게 뻔해 투자자들이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재건축이 시세 상승 주도
대선 이후 아파트값 상승은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5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은 0.2% 올랐지만 지방은 보합세(0%)를 나타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의 오름폭은 컸지만 경기(0.05%), 인천(0.04%)은 강보합세에 그치고 있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재건축 교통망 확충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하고 입지 여건이 양호한 지역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지적 과열 양상이 뚜렷한 곳은 역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다. 사업 추진이 빨라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곳이 급등세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42㎡는 이달 초 10억8000만원 선이었으나 최근 11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둔촌주공아파트도 오는 7월 조합원 이주를 앞두고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전용 96㎡는 작년 11월만 해도 8억6000만원 선이었으나 이달 초 9억원을 넘은 데 이어 현재 10억원을 호가한다.
◆새 아파트·분양권 강세도 뚜렷
서울 강남·북의 새 아파트와 분양권 가격도 강세다. 지난해 5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해 5월 17억5000만원 정도였으나 최근 20억5000만~21억원을 호가한다. 강북에서도 한강을 끼고 있는 구의 새 아파트 전용 84㎡는 잇따라 10억원을 돌파하고 있다. 밤섬과 한강 조망이 가능한 마포구 현석동의 래미안 웰스트림 전용 84㎡는 지난해 5월 8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12억원을 호가한다.
분양권 가격도 탄력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전매제한에서 풀린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5000만~8500만원 수준이다. 분양권 거래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총 932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1월(419건)의 두 배가 넘는다.
◆“공급절벽 온다”
서울 인기 주거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이유는 새로 아파트를 공급할 만한 땅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유예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에 부활하면 강남권의 유일한 공급 수단이었던 재건축 단지 공급마저 끊긴다. 강북도 수익성 있는 재개발 사업장은 거의 개발이 마무리 단계다. 이런 이유로 새 아파트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확실히 피해간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유수현 대우건설 마케팅팀장은 “서울 아파트의 노후도가 심해지면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새 아파트를 잡으려는 이들이 대거 매수세에 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윤아영/설지연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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