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무역 정서가 지난 수십년간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이에 맞서 진보적(progressive)이고 포용적(inclusive)인 무역을 추진할 것입니다.”
프랑수아 필립 샴파뉴 캐나다 통상장관(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진보적·포용적 무역은 글로벌 무역과 투자를 통해 어느 한 쪽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 원주민 등 각계각층이 모두 경제적 기회를 누리고 일자리와 성장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중산층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 지역을 순방 중인 그는 1박2일 일정의 짧은 방한기간을 쪼개 문재인 정부의 여러 인사들을 만났다. 그는 “문 대통령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처럼 페미니스트이고 내각의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양국에 공통점이 많다”며 “진보적 무역이라는 가치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숙명여대 창업지원센터를 찾았을 때 들은 학생들의 창업 사례를 소개하며 “여성 기업인들의 이런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통상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지역 내 생산자가 지역 공동체에 머물지 않고 원한다면 언제든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을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삼파뉴 장관은 2015년 1월 초부터 발효된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룬 성과를 소개하며 추가 협력의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캐나다산 랍스터 등 수산물에 대한 한국시장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들었고, 한국 자동차 부품회사 성우하이텍이 캐나다 자율주행기술(LiDAR) 보유 업체 팬텀인텔리전스 지분 인수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하이테크 분야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무역 관련해서 캐나다는 한국에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과의 자유무역 협약인 CETA를 통해 전 세계 11억 인구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장관으로서 그는 앞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NAFTA 재협상 요구에 대해 “캐나다와 미국은 교역을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생산하는’ 관계”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캐나다와 미국은 매일 40만명이 오가고, 캐나다 퀘벡에서 미국 뉴욕에 전력을 공급하며, 미국산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부품·반제품이 평균 7차례 양국을 오가는 등 공급사슬이 긴밀하게 얽혀 있다”고 조목조목 밝혔다. 이어 “캐나다와의 교역을 통해 미국 내 900만개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전자상거래 등이 도입되기 전 낡은 규정이 많기 때문에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무역이 혜택을 준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NAFTA 재협상을 위해 총리·장관·관계부처 직원들이 모두 달려들어 ‘팀 캐나다’로서 미국에 무역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캐나다 CBC방송에 따르면 그가 아시아를 순방하는 동안 전 통상장관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부 장관 등 캐나다 각료 11명은 미국에 급파돼 미국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부지사, 정부 관료 등을 두루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드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양국 정부 관료 회담이 235번, 고위급 정치 접촉이 110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삼파뉴 장관은 이런 상황을 농구경기의 전방위 압박 수비를 뜻하는 ‘올코트 프레싱’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도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캐나다의 이런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파뉴 장관은 국제무역 전문가이자 법조인으로 스위스 로봇·자동화기술 회사 ABB에서 부사장 겸 선임 변호사로 오랫동안 일했다. 한국에서도 인천대교주식회사 이사직을 맡아 2000년대 중반 두 달에 한 차례씩 한국을 오갔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캐나다 의회 내 재무부장관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다가 통상장관으로 발탁됐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