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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야 뜬다…패션·뷰티업계 '병맛 코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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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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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에 마스크 시트를 덮은 채 앉아있는 한 엄마가 있다. 옆에서는 아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엄마가 갑자기 일어나 시트를 떼자 아들은 눈을 부여잡고 주저앉는다. "아, 내 눈! 오지마 엄마"라고 외치면서. 마스크 하나로 눈에 띄게 환해진 엄마 얼굴에 아들이 그만 눈이 부셔하는 모습이다. SNP화장품이 만든 이 광고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지 2주 만에 조회수가 100만 건에 육박했다.

    패션·뷰티업계가 작정하고 망가졌다. 오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아름다움 대신 코믹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이른바 '병맛 코드' 'B급 감성'을 내세우고 있다.

    병맛 코드는 짧은 시간 안에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상품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 코믹한 화장품 영상 조회수 100만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스디생명공학이 운영하는 SNP화장품은 최근 SNS스타인 정선호씨와 함께 '얼굴 핌 마스크팩' 영상을 찍어 화제를 모았다.

    정씨와 그의 어머니가 이 회사 '텐션 리프팅 마스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이 영상은 얼굴에서 형광등 빛이 뿜어져 나온다거나 방 천장을 뚫고 지구 밖으로 날아가는 코믹하고 황당한 장면이 주를 이룬다. 이를 통해 제품이 가진 특징을 보다 강렬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영상은 정씨 자체 유튜브 계정과 SNP 공식 계정을 통해 공개한 지 2주 만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저 마스크팩 어디서 파나요?" "이건 진짜 꿀잼 영상" "TV에서도 하면 더 대박일듯" "실제로 빛이 나는 지 해보고 싶네요"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영상에 대한 관심은 제품 판매로도 이어졌다. SNP화장품에 따르면 텐션 리프팅 마스크는 주 판매처인 GS왓슨스에서 베스트셀러 제품에 올랐다.

    정씨는 페이스북 팔로워 120만, 유튜브 구독자 40만 명을 보유한 인기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다. 그가 어머니 박근미씨와 함께 촬영한 소소한 일상이 담긴 영상은 네티즌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SNP 관계자는 "대중들이 이색적인 동영상을 선호한다는 것에 착안해 정선호 모자와 손을 잡게 됐다"며 "제품의 특징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도 최고령 유튜브스타인 박막례 할머니와 손잡고 코믹한 영상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박 할머니가 바닐라코 화장품을 활용해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지 이틀 만에 조회수 50만건을 돌파했다.

    영상 속에서 박 할머니는 "얼굴로 사기 한 번 쳐보겠다"며 태연 따라하기에 집착(?)해 웃음을 자아냈다.

    ◆ 불황 타개 전략…바이럴 효과 유도

    뷰티업계가 이처럼 코믹함을 넘어 황당하고 다소 어이없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과거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방식만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병맛 코드를 부정적인 것이 아닌 친근함의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관심을 유도해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캐쥬얼 의류 브랜드 PAT는 배우 라미란씨를 모델로 기용해 '편안함이 스타일'이라는 제품 콘셉트를 영상으로 코믹하게 풀어냈다.

    톱스타를 활용해 멋스러운 광고만을 주로 해오던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도 최근 배우 남궁민씨와 함께 우스꽝스러운 내용의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광고 속에서 남궁민씨는 유니클로의 편안한 바지를 소개하기 위해 양복 재킷에 트렁크 팬츠를 입고 등장했다.

    ☞ 용어설명

    병맛= 맥락없고 형편 없으며, 어이없다는 의미를 가진 인터넷 신조어. 어설픈 것 같지만 왠지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들을 주로 말한다.

    바이럴 마케팅=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널리 퍼뜨려 홍보하는 것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는 특징이 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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