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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무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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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무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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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이심기 특파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를 신랄하게 비꼬았다. 15일자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자신의 칼럼을 통해서다.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마중물’(Pump priming)이라는 용어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적자가 늘더라도 세금을 감면하고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마중물과 같다”고 말했다. 거기서 멈췄다면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마중물이라는 용어를 자신이 떠올렸다”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학에서 ‘유수(誘水)효과’로 설명하고 있는 마중물은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 안에 물을 조금 붓는 것을 말한다. 불황일 때 정부가 일시적으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지출을 늘려 수요를 끌어올리면 그것이 활력소로 작용해 경제를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7년 연설에서 사용한 이후 마중물이라는 용어가 여러 차례 사용됐다고 마치 이를 자신이 처음 끄집어 낸 것처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크루그먼은 용어 선택 뿐만 아니라 감세와 재정정책의 내용도 도마에 올렸다. 미국 경제가 적자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부양해야 할 정도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년간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이 이어지고,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져 통화정책마저 한계에 봉착했을 때는 ‘마중물’이 필요했지만 정작 당시에는 공화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의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의 역사적 저점에 가깝고, 미 중앙은행(Fed)도 금리 정상화에 나설 정도로 회복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어서 더 이상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크루그먼은 도로와 교량 등 대형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싼 비용으로 조달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물가연동 국채를 발행하면 연 0.5%의 이자만 내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재정도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부자들에 대한 세금감면까지 촉구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크루그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제안한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아마 자신만의 경제적, 정치적 환타지 세계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비꼬았다.


    크루그먼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를 비판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무지가 힘(Ignorance Is Strength)’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신조 총리로 반복해서 잘못 부른 것을 비롯해 기본적인 의전부터 교육, 외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지적인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학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반지성주의가 엘리트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무지’가 정치적 반대를 물리치고 정책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미 언론에 따르면 취임 직후인 지난 2월초 트럼프 대통령은 새벽 3시에 당시 마이크 플린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강달러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 물어봤다. 달러강세가 미국 경제에 좋은지, 나쁜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플린은 당시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이코노미스트들에게 물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답했다. 그만큼 대통령 주변에 경제학자들이 없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의 민톤 베도스 편집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뒤 “트럼프노믹스는 경제적 내셔널리즘”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전적으로 자유무역주의자”라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과 외부 평가의 격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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