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해서 잘랐다" vs "러 내통 수사 막으려는 것"
민주 "정략적 경질" 특검 촉구
공화당 일각서도 비판 목소리
러, 내통 의혹 주미대사 곧 교체
[ 박수진 기자 ]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후폭풍이 미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당국 수장을 경질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야당은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했다. 정국이 경색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안, 건강보험개혁 등 핵심 국정과제 추진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부터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코미 국장이 ‘러시아의 미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과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위해 인원과 예산 보강을 추진하던 중 경질됐다고 보도했다. 두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대선 승리의 정당성을 흔드는 ‘아킬레스건’과 같다.
야당인 민주당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를 막기 위한 보복인사를 했다고 비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독립적인 특별검사 지명을 요구했다. 차기 민주당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10일 “트럼프가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래 전) 코미 국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날부터 코미 국장 해임을 고려해왔다”고 해명했다. 코미 국장 해임과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연결짓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해임 배경에 대해 “그(코미 국장)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 매우 간단하다. 그는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코미 국장 해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FBI 국장 해임은) 전례 없는 조치”라며 “스캔들은 계속 진행된다. 이전에도 봐왔는데 앞으로 더 터져나올 일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하는 자리에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가 참석했으나 이를 보도자료에 밝히지 않아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키슬랴크 주미 대사는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새 주미 대사로 아나톨리 안토노프 외무차관에 대한 인준안을 국가두마(하원)에 낸 상태라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대사 교체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던 FBI 국장을 해임한 데 대한 화답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어떤 거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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