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권교체 국민의 열망…'문재인 대세론'에 힘 실어
(2) 5인 완주 다자구도, 보수 분열…단일화 못해
(3) 철저한 내부 단속…표 깎는 '헛발질' 적어
(4) 원내 1당의 조직력…일사불란한 선거운동
[ 서정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승리 최대 원동력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철저한 내부 단속으로 ‘헛발질’이 없었다는 점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갑작스레 치러졌다. 민주당은 제1당으로 탄핵 정국을 주도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정권교체로 마무리하자는 국민적 바람이 ‘문재인 대세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정권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누가 더 야권의 적자냐’를 놓고 국민의 선택이 이뤄졌다”고 풀이했다. 젊은 층 유권자를 중심으로 퍼진 9년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과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부패정권 심판론이 그 배경이다.
경남 출신 민주당 후보라는 점에서 호남과 영남 모두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문 대통령은 9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호남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대구·경북(TK), 경남에서도 홍 후보에 이어 2위를 달렸다.
5당 대선후보가 완주한 다자 구도 선거 판세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다자 구도는 보수 분열에다 중도·보수의 단일화 실패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새누리당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섰다.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국민의당의 안 후보와 홍·유 후보 간 단일화 명분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TV토론에서 세 후보를 ‘증언대’에 세우면서 단일화의 싹을 제거했다. 안·홍·유 후보는 문 후보의 질문에 “단일화는 안 한다”고 했다.
이번 대선이 다자 구도로 치러지면서 기존 표만 잘 관리해도 쉽게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1469만여표(48.02%)를 득표했다.
대선 캠프에서 큰 실수가 없었다는 점도 승리 요인이다. 김욱 배재대 정치언론학부 교수는 “5년 전 한 차례 대선을 경험해서인지 이번에는 내부 단속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기 진화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지지자들의 상대 후보에 대한 ‘문자폭탄’과 문 후보의 ‘양념’ 발언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이 안 후보로 이탈하는 모습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안 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을 잇달아 만나 협조를 구했다. 상대 경선 캠프에서 일한 당내 인사를 선거대책위원회에 대거 포함시키면서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했다. 문재인 독주체제가 견고해지는 상황에서도 당내에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120석을 보유한 원내 제1당인 데다 현장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다수 보유해 선거 운동에서도 유리했다. 40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안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조직력의 열세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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