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법상 '모호한 노출' 기준
작년 말 위헌 결정…단속 중단
국회에 관련 개정안만 3개 발의
허용 수위 두고 '와글와글'
"개인 행위 간섭은 가부장적 질서"
"공공장소 노출 허용 아직은…"
[ 황정환 기자 ] 프랑스 파리 센강 주변에서는 상의를 벗은 채 ‘누드 일광욕’을 즐기는 남녀를 흔히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행위가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금지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과다노출 범위’가 불분명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후 개정안 모색이 활발하다. 여러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노출을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쟁점으로 부상 중이다.
◆한 남성의 일광욕이 ‘위헌’ 이끌어 내
2015년 8월 오후 5시께 경남 양산에 사는 김모씨(남자)는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서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시작했다. 경찰은 그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했다.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놔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경범죄처벌법 3조 33항)을 줬다는 이유다. 김씨는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 1심 법원인 대구지방법원이 “법 해석 자체가 모호하다”며 헌재에 심판을 요청하면서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에까지 올랐다.
작년 11월 헌재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은 것이나 사람의 신체 중 ‘가려야 할 곳’이 어딘지 의미가 불분명하고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 역시 사람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였다.
◆‘여성 가슴 노출’ 허용이 쟁점 부상
헌재 결정 이후 국회에 발의된 안은 3개다. 지난 1월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법안이 발의되면서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 노출 허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의원의 안은 ‘성기나 엉덩이를 노출한 사람’을 과다노출로 규정했다. 노출이 타인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켰는지와 관계없이 객관적 노출 여부만 따지는 방식이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가슴을 드러내는 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김 의원 측은 “‘바바리맨’이나 공공장소에서의 자위행위 등 상대방에게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는 이미 형법상 ‘공연음란죄’로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작년 12월 발의된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 안은 ‘성기와 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라는 ‘~등’이 포함된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 발의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도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함’이란 문구를 건드리지 않아 모호함이 그대로다. 노출 수위를 둘러싼 논쟁은 대선 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찰 단속 중단돼 교통정리 시급
구미에서도 공공장소에서의 가슴 노출 허용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미국 뉴욕주 법원은 1992년 여성의 상반신 노출 제한이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며 두 여성이 제기한 소송에서 여성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51개 주 중 절반 이상은 여전히 여성의 가슴 노출을 금한다.
한국에서도 과다노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221건이던 과다노출 단속 건수는 2016년 541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경찰이 작년 11월 위헌 결정 이후 단속 자체를 중단하면서 교통정리가 시급해졌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일상 행위까지 간섭하는 건 가부장 국가의 유물”이라며 관련조항 삭제를 주장했다. 한 일선 경찰은 “어떤 수위로 결정되든 간에 전과가 남지 않는 범칙금 부과로 될 일을 형사입건까지 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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