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기 청정국' 맞나
2년간 3600여정 도난·분실
미국·중국·베트남·태국 등서 밀수도
인터넷으로 부품 직구해 조립
경찰, 불법 제조 처벌강화 추진
[ 이현진 기자 ] 경북 경산농협 강도사건 피의자 김모씨는 사제(私製)가 아니라 실제 권총을 범행에 사용했다. 한 발을 발포하기도 했다. 한국이 총기청정국만은 아니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씨의 권총은 언제 어디서 온 것이고, 국내에 불법 총기는 얼마나 있는 것일까.
◆군부대 유출과 해외 밀수가 주요 루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범행에 쓰인 권총을 미국 총기업체 래밍턴 랜드가 제조한 45구경 권총으로 감식했다. 총기에 적힌 모델명(M1911A1)으로 미뤄 미군 의뢰로 1942~1945년 사이에 생산된 80만정 중 한 정이라고 추정했다. 실탄은 1943년 미국 크라이슬러사의 에번즈 공장에서 제작한 것이다.
제작 연도를 고려하면 6·25전쟁 때 최초 습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참전 미군이 사용한 권총이 지금까지 보관돼 왔을 가능성이다. 김씨는 “2003년 직장 상사의 지인이 살고 있던 집 창고에서 우연히 주워 승용차 트렁크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음성적인 총기의 대부분은 군대를 통해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불법무기 소지 자진신고 기간에 반납된 총기는 536정이다. 대부분 6·25전쟁 당시 참전용사가 보유했거나, 군복무 때 반납하지 않아 민간에 흘러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밀반입도 주요 공급 루트다. 관세청에 따르면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불법 총기는 2013년 140정에서 2015년 180정으로 크게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밀반입 국가로는 미국이 가장 많고 중국, 베트남, 태국, 우크라이나 등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화물에 숨겨 들어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총기로 개조할 수 있는 장난감 총이나 부품을 국제우편이나 국제특송으로 ‘직구(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권총을 사고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인터넷으로 권총을 거래한다는 풍문은 있지만 단속으로 확인된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민간 유입 도난 분실 총기
무허가 총기의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도난·분실·밀수 등을 통해 추산할 수 있을 뿐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2년 반 동안 도난·분실된 총기만 3681정이다. 공기총 1466정을 포함한 엽총(38정) 소총(4정) 권총(2정) 등 살상용 총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경찰이 관리 중인 권총 소총 등 총기류는 현재 13만7000여정이다. 대부분 사격선수가 쓰는 경기용 총이나 소지 허가를 받은 수렵용 공기총 등이다. 이 청장은 “관리되는 총기는 100%에 가깝게 통제되지만, 문제는 관리되지 않은 (무허가) 총기”라고 말했다.
경찰은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올 들어 불법총기 신고 시 보상금이 3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매년 한 달씩 1회 진행하는 자진신고 및 집중 단속은 2회로 늘릴 계획이다. 무허가 총기를 제조하거나 판매·소지하는 행위에 대한 형량을 현행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상, 30년 이하 징역’으로 바꾸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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