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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 '종이호랑이' 되어 웅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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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의 제약 맞닥뜨린 트럼프 대통령
대중국 통상문제는 결국 WTO에 가져갈 것

배리 아이켄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 이상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중국에 대해 발언한 내용들을 떠올린다면, 그가 당선된 뒤 양국 관계가 좋아지리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수천억달러어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며 낮춰 말했다.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비판했다. 가장 저급한 수준의 발언은 작년 5월 “중국이 우리나라를 강간하게 놔둬선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이런 선동적인 표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을 때 적잖이 우려한 사람이 많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거부한다든가(백악관은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중국에 돈 내라는 청구서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상상이 가능했다.

예상과 달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상당한 경의를 보여줬다. 시리아 폭격이 임박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거나, 중국의 군사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으나 가장 적절한 분석은 미국이 중국에 경제적·정치적으로 너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령 트럼프처럼 외교적으로 무모한 인물이라도 시 주석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공급사슬로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수입품과 경쟁만 하는 게 아니고 이들에게 의존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타깃이나 월마트 같은 소매업체는 중국산 수입품으로 선반을 채운다. 애플 같은 전자업체는 중국에서 노동자를 고용해 물건을 조립한다. 소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통상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 기업은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유일하게 귀 기울이는 존재는 기업들이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통상 제재를 가한다면 미국 기업 주가는 떨어질 것이고, 자신의 경제정책 성공 여부를 증시 상승 여부로 판단하는 대통령에게 경보음이 울릴 터이다.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정치적으로도 중국과 심각한 분쟁을 감당할 만한 처지가 아니다. 트럼프는 군사적 행동을 선택할 수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고 한국에 대한 파괴적인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현 가능한 유일한 전략은 대북 제재 수위를 더 높이고 정치적 압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중국뿐이다. 미국은 지금 중국의 호의를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은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는 것, 법인세를 개편하는 것,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는 것 등과 마찬가지 맥락 안에 놓여 있다. 귀에 쏙쏙 들어온 그의 대선 공약 문구들은 실제 정책을 수립할 때 만나야 하는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렸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선택지를 제한한 바로 그 걸림돌이 뭐였는지 배워가는 중이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침해나 미국산 소고기·곡물 수출과 관련해 합법적으로 중국에 불만을 제기할 것을 갖고 있다. 다만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장소는 세계무역기구(WTO)다. 오바마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도 WTO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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