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집중하는 원종규 사장
재보험 수요 해외가 더 많아
올해 중국·말레이시아 지점 추진…두바이 사무소는 지점으로 전환
[ 박신영 기자 ] 국내 1위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원종규 사장(사진)이 “해외 매출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려 10년 내 세계 5위권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도 2030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원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국내 재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외국 재보험사도 계속해서 국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말레이시아 지점 설립 추진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코리안리의 2016년 보유보험료는 37억2800만달러로 세계 11위다. 보유보험료란 원수보험사로부터 받은 수재보험료에서 재재보험사에 준 출재보험료를 뺀 금액이다. 재보험사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인다. 세계 1위인 뮌헨리의 지난해 보유보험료는 336억2350만달러다. 코리안리와는 상당한 차이다.
코리안리는 중장기 계획을 꾸준히 이행하면 세계 5위권으로 무난히 도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매출이 늘어나는 등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2014년 1조2697억원이던 해외 수재보험료는 지난해 1조4529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코리안리는 해외에서 받는 수재보험료를 2020년 3조8000억원, 2030년 16조6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중국 상하이지점과 말레이시아 라부안지점을 설립할 예정이다. 두바이 사무소도 내년 1월 지점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인구 대비 보험 가입률이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 말레이시아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자연재해가 적어 기업성 보험 등 일반보험의 손해율이 비교적 낮다는 게 장점이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내준 보험금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낮을수록 수익성이 좋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재보험 면허만 취득하면 지점에 사람을 두지 않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현재 있는 싱가포르 지점에서 실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두바이에서는 한국 건설사들이 쌓아 놓은 평판을 바탕으로 재보험 영업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코리안리는 특히 건설공사와 관련된 기술보험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재보험시장 경쟁 격화
한국 재보험 시장에서 코리안리의 시장점유율은 60%를 웃돈다. 명실상부한 1위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한국 보험 시장이 정체 상태로 접어든 데다 글로벌 재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어서다.
싱가포르 재보험사인 아시아캐피털리인슈어런스와 미국계 재보험사인 퍼시픽라이프리는 지난해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글로벌 1, 2위인 뮌헨리와 스위스리를 비롯해 하노버리, 스코르, RGA 등도 코리안리와 경쟁하고 있다. 코리안리로서는 해외로 진출하지 않으면 한정된 국내 고객을 경쟁사들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리안리의 주 수입원인 일반보험 국내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점도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코리안리 수입의 60%가량은 일반보험에서 나온다. 하지만 원수보험사 수입에서 일반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이 비중이 높아지지 않는 한 코리안리 수입 증가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보험이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보험기간이 2년 이상인 상품)을 제외한 화재보험, 해상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재산보험과 기업성 보험을 뜻한다.
코리안리의 다른 관계자는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일반보험 가입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어 해외 진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 재보험
보험사를 위한 보험. 보험사가 받은 계약 일부를 다른 보험회사가 다시 인수하는 것. 처음 계약을 받은 곳을 원수보험사, 이들 계약을 다시 인수 한 곳을 재보험사라고 부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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