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기자 ]
이번 주 주식시장은 대내외 정치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위기 속에서 '장미 대선'의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대선 역시 테일리스크(르펜 당선)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깜짝놀랄 세제개편안'도 빠르면 이번 주 중 공개될 예정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지난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은 요동쳤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 외국인들의 수급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분간 방어적 성격의 내수주(株)로 시장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원화, 한 달간 달러화 대비 1.7% 절하
24일 오후 1시29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과 같은 1134.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후반에만 해도 1140원선을 넘나들었다. 대북 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3월말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원화는 달러화 대비 1.7% 절하(원화 약세)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특히 달러화의 경우 인덱스 기준으로 0.2% 하락, 약했던 달러화 대비로도 원화의 가치가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신흥통화 인덱스도 지난 20일 기준으로 한 달 동안 0.3% 하락했다"며 "원화의 절하폭이 신흥국 통화 내에서도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반적인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 속에서도 원화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좀 더 많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 바로 '대북 리스크'"라며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은 대북 리스크 완화 여부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원·달러 환율의 상승과 외국인 수급 이탈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수급 이탈 현상도 두드러졌다. 실제로 외국인은 4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만 나흘을 제외하고는 날마다 '팔자'를 외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연초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5조4800억원까지 늘어났음을 감안할 때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는 시점"이라며 "환율조작국 미지정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크게 완화됐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레벨 다운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유럽발(發) 환율 변동성 확대가 유입될 경우 펀더멘털(기초체력) 모멘텀(동력) 둔화와 기대감 약화로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 압력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 약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가 재개된다면 유럽계 자금은 물론 조세회피지역 및 아시아 자금도 한국 증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 프랑스 2차 대선 및 미국 세제개편안 '환율 변수'
프랑스 2차 대선과 미국의 세제개편안이 원화의 움직임에 다시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혔다.
간밤 프랑스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중도파 마크롱 후보와 극우파 르펜 후보가 결선 투표(5월7일)에 나란히 진출했다. 마크롱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광래 삼성선물 외환담당 연구원은 하지만 "'테일리스크(꼬리 위험)'가 완전히 제거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2차 대선까지 약 2주간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두 가지 변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지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과 르펜이 양자 결선 투표에 올라가게 될 경우 마크롱의 지지율은 62%, 르펜은 38%로 나타나고 있지만 부동표가 전체 응답의 25%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부동표를 감안한 마크롱과 르펜의 실제 지지율은 46.5%와 28.5%. 결국 2주간 부동표와 충성도가 약한 기존 지지자들의 표심 이동이 2차 선거 결과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추가 테러 여부도 주요 변수 중 하나"라며 "반(反)이민 정책과 EU 탈퇴를 주장했던 르펜의 지지율이 올랐던 결정적인 계기가 작년 말 120명의 사망자를 낸 파리 테러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인 트럼프 정부의 중대 발표(세제개편안 관련) 역시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과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대규모 감세 관련 내용이 발표된다면 달러화 강세 재료로 작용될 수 있어서다.
◆ "당분간 환율 변동성보다 내수 모멘텀에 주목"
4월 이후 원·달러 환율의 반등 국면에서 외국인은 분명히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방어 성격의 내수주는 오히려 매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 통신서비스 필수소비재 소매(유통) 호텔·레저 미디어 건설 IT가전 등을 사들였다. 글로벌 상승 모멘텀은 약화됐지만, 국내 소비 모멘텀이 조기 대선이란 이벤트(정책 기대)와 맞물리면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환율의 변동성이 추가적으로 확대된다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강화되고 내수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19대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억눌려 있던 소비심리, 소비모멘텀을 되살릴 수 있는 정책 기대감이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4, 5월에는 환율 변동성보다 내수 모멘텀이 내수주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의 연속적인 급등세가 진행되지만 않으면 내수주의 투자매력은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가 유입된 곳들 가운데 KT&G 이마트 BGF리테일 오뚜기 농심 SPC삼립 영원무역 LF 등이 단기 유망주로 꼽혔다. 이들 종목은 외국인이 최근 20일 동안 순매수 중인 데다 실적 하향 조정이 끝났거나 개선세를 보이는 종목으로 분류됐다.
한대훈 SK증권 시황담당 연구원도 "이번 주에도 대외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경계감이 높아질 수 있다"며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방어주 성격의 업종(통신·유틸리티)을 비롯해 낙폭이 컸던 내수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게 유효하다"라고 권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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